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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우리 발밑의 단단한 암석 속에는 수많은 원소가 숨어 있다. 철, 구리, 리튬 같은 유망 자원에서부터 비소, 납, 방사성 핵종 같은 환경 위해 원소까지,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토의 안전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국내에서는 라돈이 포함된 건축자재, 중금속 오염 토양, 폐광산 주변 오염수 등 지질 기원 물질로 인한 환경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이 물질들은 대체로 기반암으로부터 자연적으로 방출된 경우로 평가되지만, 아직까지 국가 단위의 기반암 화학 특성과 원소 분포가 체계적으로 파악되지는 못한 실정이다.

환경 위해 요소뿐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한 국내 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희토류, 리튬, 텅스텐 등 전략광물의 잠재 부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기반 자료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전국 기반암을 대상으로 지구화학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디지털 지도 형태로 시각화하는 ‘기반암 지구화학 분포도’를 제작하고 있다.

연구진은 1:2만5000 축척의 서울·남천점 및 대전도폭 지질도가 포함되는 서울-경기-충청권역과, 강릉 및 안동도폭 지질도에 부분 포함되는 태백산 일대 약 3000개 기반암을 대상으로 정밀 야외지질조사, 등간격 시료 채집, 지구화학 분석을 최근 수행했다.

그 결과 암석 내 주원소 및 미량 원소 43종, 희토류 원소 17종, 방사성 핵종 3종 등 60여종의 원소를 획득했다. 이와 함께 위치정보, 노두 및 편광 현미경 사진 등 시료별 종합 지질정보를 정리해 표준지질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 중이다.

서울-경기-충청권역의 기반암 내 지구화학 특성은 암석 종류와 지질 구조에 따라 특정 원소들의 농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화강암 지역에서는 우라늄과 토륨 등 방사성 원소가, 퇴적암 지역에서는 비소,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상대적으로 높게 검출되는 원소 특성이 확인됐다.

루비듐과 바륨이 화강암류에서 높은 함량을 보이며 코발트, 크롬, 리튬, 니켈, 바나듐, 아연 등은 반려암과 같은 고철질 암석에서 높은 함량 분포 특성을 보인다. 또 방사성 칼륨, 라듐, 토륨의 평균 농도가 건조 중량 기준 각각 약 1000, 50, 100㏃/㎏(dry)으로 나타나 국내 생활환경 방사성 농도 평가에 참고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됐다. 이렇듯 암종별 지구화학 분포 특성은 단순히 화학 분석을 넘어 지질-환경-자원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현재 기반암 지구화학 종합정보와 원소 분포도는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안전관리원,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에 제공돼 산업 입지 평가, 환경기준 설정, 방사선 안전관리 등 각종 정책의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국토의 화학적 특성을 수치화한 이 지도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예측하고, 숨은 자원을 찾는’ 국가의 지질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전국 단위의 기반암 지구화학 종합정보 구축과 원소 분포도 발간이 결실을 맺으면 국민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각 지역의 지각 속 원소 분포와 특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기반암 지구화학 분포도는 국토의 안전과 자원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게 하는 지각 아래 새로운 국가 지도 역할을 할 것이다.
이승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