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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중요한 '데이터의 눈'… 예보 정확도, 관측망과 품질관리에서 나와AI가 하늘을 예측한다 해도, 결국 하늘을 보는 건 센서의 눈이다. 예보의 정확도를 결정짓는 진짜 변수는 인공지능(AI)의 계산 능력보다 데이터의 품질과 관측 인프라의 정밀도다.

AI 기반 예보모델 나우알파(NowAlpha)는 전국 12개 기상레이더의 데이터를 사용한다. 레이더는 2시간 동안의 강수 관측을 입력받아 6시간 뒤까지의 강수 강도를 10분 단위로 예측한다.



전국 약 700개의 자동기상관측소(AWS)는 AI 격자 구조와 맞지 않아 보정 과정을 거친 뒤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 기상청은 "AI 예보는 레이더와 위성 원격탐사 자료 중심으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AI의 두뇌를 뒷받침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품질관리(QC) 시스템이다. 관측값의 노이즈를 제거하고, 서로 다른 자료의 시간 간격과 좌표계를 일치시키는 과정이 AI 예보의 신뢰도를 지탱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AI 예보는 레이더·위성·해양 자료처럼 서로 성격이 다른 데이터를 함께 다뤄야 하는 복합 시스템"이라며 "한 자료의 작은 오류보다, 이들을 얼마나 정밀하게 융합하고 품질관리 단계에서 오차를 줄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예보모델은 빠르지만, 예보의 안정성과 정합성을 확보하려면 입력자료의 물리적 일관성 확보가 필수"라며 "기상청은 비기상 에코(지형 반사, 파랑, 채프, 전파 간섭 등) 제거, 복사보정, 위성 위치 검증 등 품질관리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의 눈을 닦는' 24시간 품질관리 시스템

기상청에 따르면, 레이더 자료는 이중 편파 레이더의 반사도·차등 반사도·교차 상관계수 등 관측변수를 분석해 비기상 신호를 걸러낸다. 위성 자료는 태양 관측(가시채널)과 내부 흑체(적외채널)를 활용해 복사보정을 수행하고, 지구 주변별 관측 잔차(오차)를 통해 위치보정 성능을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수준과 좌표 오차는 품질지표(QI)로 기록돼, AI 학습 자료에서 자동 필터링 된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이를 "AI의 눈을 닦아주는 24시간 정비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관측자료의 물리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AI가 예보 편향 없이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예보모델이 아무리 발전해도 입력 데이터의 세밀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는 분명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상청은 관측 인프라 고도화 프로젝트를 병행 중이다.

2026년에는 '천리안 2C·2D' 위성을 발사해 가시광·적외선 해상도를 2배 높이고, 국지 강수 감시용 소형 기상 레이더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산악지대와 도심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AI 기반 드론 관측망이 도입되고, 해양에는 실시간 센서를 탑재한 부이(부표)가 늘어난다.



한 날씨앱 업계 관계자는 "공공 데이터 품질이 향상될수록 민간 예보 서비스의 정확도도 함께 올라간다"며 "AI 예보의 신뢰도는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깨끗하게 받아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AI가 예보의 두뇌라면, 관측은 그 감각이다. AI가 미래를 계산하는 동안, 수많은 센서와 품질관리 시스템이 그 예측의 신뢰도를 떠받치고 있다. 하늘을 더 정확히 보고, 데이터를 더 깨끗하게 다듬는 것이 '틀리지 않는 예보'로 향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