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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판호 대거 발급…‘한한령’ 해제?
中 기술 굴기 등…업계 기대는 저조
‘K-게임’ 영광 과거에 머무르는 현실


‘한한령’ 해제 움직임이 있지만, 국내 시장 기대감은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2’에서 중국 게임 ‘원신’ 굿즈를 받으려는 팬들 [헤럴드 DB]


‘한한령(중국의 한류 제한령)’ 해제 청신호로 굳게 닫혔던 중국 게임 시장의 문이 다시금 열렸지만, 국내 시장 기대감은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게임사의 기술 굴기로 “지난 8년 간의 공백 사이 ‘K-게임’의 존재감이 줄어들었다”는 게임업계의 평가가 나오면서다.

과거 중국 시장을 주름잡았던 한국 게임은 자취를 감추고, 외려 중국 게임이 국내에 수출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한국 게임사는 중국식 수익 모델(BM)을 모색하지 못해 현지화 전략에 애를 먹으면서, ‘K-게임’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단 평가다.

▶中 기술 굴기로 글로벌 흥행…‘판호 발급=흥행 보증수표’ 공식 깨져=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입장권’이 다시 풀리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달까지 총 18종의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았다. 판호는 중국 정부가 해외 게임의 내용, 과금 구조, 청소년 보호 기준 등을 심사한 뒤 부여하는 공식 허가 번호다. 판호를 받지 못한 게임은 중국 출시·서비스가 불가하다.

하지만 업계 내 기대감은 예전 같지 않다. 2016년부터 8년 동안 한한령으로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힌 새 중국의 게임 기술력과 체급이 급격하게 성장해서다.

업계는 2020년대 초반부터 중국 게임의 기술력이 한국 게임을 압도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0년대까지만 해도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2’,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등이 중국에서 선전하면서 K-게임 열풍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중국 내 K-게임의 영광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으로 중국 게임이 한국 시장에 수출해 흥행 ‘대박’을 친 사례도 나타났다. ‘원신’이 대표적인 예다. 원신은 호요버스가 2020년 출시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으로, 글로벌 누적 매출 약 100달러(14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판호 발급이 곧 흥행 수표라는 성공 방정식이 유효했으나, 2020년대 초반부터 중국 게임사의 기술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외려 중국 게임이 한국에 수출되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중국 시장은 중화사상의 영향으로 자국 게임을 먼저 소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중국 게임이 본격적으로 흥행한 이후부터 한국 게임은 뒷전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게임은 중독’ 시각이 한·중 격차 키워…정부, 정책지원 시급=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결정하는 분위기다. 중국 판호 발급이 곧 흥행 수표라는 방정식은 희미해졌지만, 중국 시장의 내수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화 작업이 까다로워 비용도 적지 않게 드는 데다 그만한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중국 내수 규모를 무시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게임을 출시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 판호 재개 이후 흥행작으로 꼽히는 한국 게임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뿐이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해당 게임은 중국 출시 후 7개월 만에 10억6200만달러(약 1조520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정부도 이 같은 한국-중국 간 게임 격차를 우려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크래프톤 펍지(PUBG) 스튜디오에 방문해 박근혜 정부가 게임을 4대 중독으로 규제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게임을 일종의 중독으로 접근한 것이 지난 4~5년 사이 중국과 시차를 벌린 게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문화 산업 국가로 만들고자 하는데, 그 중요한 부분이 바로 게임 산업”이라며 “이젠 정책 방향도 바꾸고, 부작용은 대처하고 해결하면서 기회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차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