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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거버넌스 향방을 추적합니다.
서울 광화문 KT 사옥,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 /사진 제공= KT
김용헌 KT 사외이사는 현 이사회 구성원 중 유일하게 구현모 전 대표 시절부터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22년 3월 선임된 뒤 올해 재선임에 성공해 2028년까지 사외이사를 맡게 됐다. 이달부터는 이사회 의장,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새 대표 선임 과정을 이끈다.

보통 사외이사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경영을 감시·견제한다. KT의 사외이사는 이에 더해 대표이사 후보를 결정해 거버넌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외이사 전원(8인)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이사 최종 후보를 결정하면서다. 김영섭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가운데 김용헌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의 의중에 이목이 쏠린다.

/이미지 제작= 윤상은 기자
사외이사 중 유일한 판사 출신
김 의장은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사법연수원 11기를 를 수료한 뒤 1981년부터 2013년까지 법관의 길을 걸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과 광주고등법원 법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장관급)을 역임했다.

KT는 이사회 역량 구성표에서 김 의장이 리스크·규제, 법률 전문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중 법 전문성을 갖춘 인물은 김 의장 뿐이다. 정부 규제 영향이 큰 기업은 전·현직 법조인과 퇴직 공직자를 사외이사나 감사로 선임하는 사례가 많은데, 통신 사업도 정책의 영향이 큰 산업 중 하나다. 단적인 예로 통신사는 통신 요금제를 출시할 때 과학기술정부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이 외에 김 의장은 2020년부터 조선·건설사인 한진중공업 사외이사도 맡았다.

'구조조정·밸류업·MS 협력' 안건 의결
KT 이사회 안에는 6개 위원회가 있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제외하고 각 역량에 맞춰 위원회에 소속됐다. 김 의장은 지배구조·감사·ESG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각각 위원회는 KT 정관·지배구조 헌장 개정, 재무제표 승인, ESG 경영·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에 관한 사항 등을 담당한다.

김 의장은 최근 몇 년 사이 KT가 진행한 구조조정,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등 굵직한 경영 판단에 기여했다. KT가 공개한 이사회 주요 활동을 보면 이사회는 재무제표 보고 등 정기적인 안건 외에 이와 같은 중대한 결정이 필요할 때마다 회의를 열었다.

특히 이사회는 2024년 4분기에 '법인 설립 및 인력구조 혁신'과 'KT 기업가치 제고 계획'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인력구조 혁신은 지난해 김영섭 대표가 진행한 것으로, 4050 구성원 비중이 지나치게 많은 점을 문제 삼아 2800명의 희망퇴직, 1700명의 자회사 전출 결과를 냈다.

KT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일종의 주가 부양책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인공지능 전환(AX)과 정보기술(IT) 사업 확장, 유휴 부동산 매각으로 대표되는 자산 효율화를 진행해 이목이 쏠렸다. 안정적이지만 크게 성장하지 않는 통신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회사의 전략과도 밀접하다.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AX 사업에 기여했다.

김 의장이 주축이 된 이사회는 향후 새 대표 선임 절차를 주도한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연말까지 대표이사 최종 후보를 확장해야 한다. KT 관계자는 "이사회에 관한 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