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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산 오픈소스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경쟁의 승자는 중국”이라며 파문을 일으킨 뒤 “중국은 미국에 단지 나노초 차이로 뒤처져 있을 뿐”이라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정작 현장의 개발자들은 값싸고 빠른 중국 모델로 갈아타는 흐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는 얼마나 중국산 AI에 의존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중국형 AI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코드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벤처투자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내가 투자한 한 회사가 중국 스타트업 문샷AI의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솔직히 오픈AI나 앤스로픽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중국 모델을 언급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미라 무라티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설립한 스타트업 ‘싱킹 머신스 랩’은 최근 자사의 연구가 큐웬3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 기반 위에 구축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AI 코딩 스타트업에서도 포착된다. 기업가치가 약 100억달러로 평가받는 ‘커서’가 지난달 공개한 신형 코딩 플랫폼은 중국의 딥시크 모델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AI가 문제를 풀며 스스로 생산하는 언어가 갑자기 중국어로 바뀌는 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AI 코딩 스타트업 코그니션AI 역시 중국 스타트업 ‘지푸’의 모델을 활용했다는 정황이 공개됐다. 지푸 측은 “오픈 소스 기여의 긍정적 영향”이라며 간접적으로 코그니션AI가 자사의 AI를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데이터는 이런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들어 AI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서 큐웬 모델 누적 다운로드 수는 3억8530만건으로, 메타의 라마(3억4620만건)를 앞질렀다. 허깅페이스에 새로 올라오는 언어모델의 40% 이상이 큐웬 기반 파생 모델이며 메타 기반 비중은 15%로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최첨단 칩과 압도적 컴퓨팅 자원에서 우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저비용, 개방형 전략이 개발자 생태계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며 “워싱턴이 장기적으로 승리하고 싶다면 왜 실리콘밸리가 ‘다른 쪽’을 선택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AI를 기반으로 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중국 로봇 산업 연구기관인 고공로봇산업연구소(GGII)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4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한 해 판매량(800대)의 5배에 이르는 규모다.

연구소는 1년 새 실험실 시제품에서 대량 납품으로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양산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이장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 책임자는 “올해 말이면 판매량이 약 2만대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재까지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순찰이나 안내 등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일부는 공장 내 생산라인에 투입돼 분류 등의 업무를 맡고 있을뿐 아니라 가정, 요양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