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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협의체 차관급 격상·'허가기준' 법령 명시 주장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의무화 법안 심사중…구글은 '묵묵부답'
17일 오후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 내 대동여지도와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 (레이어 합성)2016.11.17/뉴스1 ⓒ News1 이재명,최현규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 결정일이 다가왔다. 정부·학계와 정치권이 그간 '불허' 입장에 힘을 실어 온 상황에서, 남은 과제는 향후 유사한 요청으로부터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제도 확립과 반출 허용에 대비한 연착륙 방안 마련이란 주장이 나온다.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둬서 협의체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협의체는 국토지리정보원장을 위원장으로 한다. 기관별 4급 이상 공무원 8명, 민간위원 1명 등 9명의 위원과 국토지리정보원 5급 공무원 간사까지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보고서는 "협의체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이 미치는 파급 효과와 국가 안보 등 협의체 심의 사항의 중요도에 비해 위상이 낮아 보인다"며 "구성원 직위를 현재 과장급에서 차관급으로 높이고, 협의체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언은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둘러싼 해외 기업과의 갈등이 반복되자 국가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허가 기준을 법령으로 확립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보고서는 "보안시설을 포함한 국가 주요 시설의 블러(가림) 처리·좌표 삭제·국내 서버 구축·사후관리 대책 등 반복해서 논의된 주요 쟁점을 공간정보관리법과 하위 법령에 '허가 기준'으로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해외 기업은 반출 허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내 산업계는 의견 대립을 최소화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현재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기준은 공간정보관리법을 따른다. 현행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계 기관의 장과 협의체를 구성해 허가한 경우에만 고정밀 지도를 국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협의체가 회의록을 비공개하고 있어 의사결정의 견제와 감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의원 시절이던 6월 공간정보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해외로 반출할 수 있는 지도는 1대 2만 5000 축척 이하로 제한하고, 축척이 이보다 작은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와 보안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이 같은 조건에 따라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결정하는 협의체의 회의록을 작성·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한편 구글은 정부가 요구한 반출 조건 중 하나인 민감 시설 블러 처리는 수용했지만,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조건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블러 처리 주체는 정부가 아닌 구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달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와 논란이 일었다.

구글이 위성 이미지 속 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고, 한국 지도 좌표 정보를 국내외 사용자 모두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치한다고 9일 밝혔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학계는 지도 반출 허용에 대비해 안보와 기술 주권 침탈을 막을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고정밀 지도 반출이 단순히 통상의 문제가 아닌 국방·안보 문제와 직결됨과 동시에 자율주행·디지털 트윈 등 미래 공간산업 발전에도 중요한 요소라는 이유에서다.

임시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대한공간정보학회 포럼에서 "미국은 자율주행차량인 로봇 택시를 도입하면서 택시 산업 쇠퇴를 막기 위해 부담금을 지원한다"며 "결국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연착륙 비용을 사회가 같이 분담할 수 있는 구조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무 대한공간정보학회 부회장은 "국내 중소기업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에 일정 비용을 내고 지도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구글이 다른 국가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지도 서비스를 하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구글이 무상에 가까운 지도 서비스를 국내에서 제공하면 독점화가 가능하고, 이후 유상으로 제공하면 국가 위치 시스템이 전부 구글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