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거버넌스 향방을 추적합니다.
다만 미래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KT가 추진해 온 'AICT 전환' 전략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 최고경영자(CEO) 선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과 평가및보상위원회 위원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CEO 평가에 깊이 관여해 온 만큼, 차기 CEO 후보들의 지속가능경영 역량과 주주가치 제고 능력도 중요하게 평가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장관 출신...정치색 논란은
최 사외이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냈다. 전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배경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KT는 역사적으로 CEO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해 왔고 이것이 거버넌스 논란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구현모 전 대표 시절에는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참여했다. 김대유 전 경제정책수석비서관,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구 전 대표의 연임이 좌초되면서 함께 물러났다.
하지만 최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아닌 기술 전문가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장관 취임 전까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연구소와 학계에서만 활동했고 장관 재임 시절에도 기술 정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사외이사의 경력 대부분은 연구와 교육에 집중돼 있다. 195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프랑스 국립정보통신대(ENST)에서 전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해 1991년 서울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한국정보과학회 회장 등을 거쳤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아 국내 첨단기술 육성에 앞장섰다. 멀티미디어와 이동통신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개인공로상과 백남상을 받았다.
장관직을 마친 뒤 2019년부터는 서울대 AI위원회 위원장으로 서울대 AI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현재 한림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며 올해 5월 제12대 총장으로 연임됐다. 한림대 총장으로서 학교에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실무적 혁신을 주도해 왔다.
2023년 KT가 새 이사회를 구성할 때 최 사외이사 선임의 핵심 논리는 '정치색 배제와 전문성 강화'였다. 당시 KT는 구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반대로 연이어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심각한 거버넌스 위기를 겪었다. 기존 사외이사 대부분도 사퇴하거나 재선임에서 탈락하며 이사회가 사실상 해체됐다.
KT는 2023년 6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최 사외이사를 포함해 7명의 새 사외이사를 한꺼번에 선임했다. 최 사외이사와 함께 선임된 윤종수 사외이사도 이명박 정부 때 환경부 차관을 지냈지만 관료 출신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둘 다 정치권 인사가 아닌 기술·행정 전문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이사회는 최 사외이사를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교수, 미래부 장관 등을 역임한 ICT 및 미래기술 분야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KT의 성장과 발전 및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사외이사는 당시 직무수행계획에서 "ICT 및 AI 등 미래기술 영역의 풍부한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과학과 기술 융합을 주도하는 미래기술 분야에서 KT의 성장 전략 마련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공직자, 학자로서의 원칙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회사의 주요 이슈를 수시로 점검하고 본질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KT의 투명성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버넌스 위기 직후 투명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건 셈이다.
ESG·CEO평가까지 폭넓은 권한
최 사외이사는 KT 이사회에서 여러 핵심 위원회를 맡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KT의 ESG 경영 전반을 총괄한다. 이 위원회는 지속가능경영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ESG 활동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며 관련 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다.김 대표 체제에서 KT는 2028년 자기자본이익률(ROE) 9~10%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재무적 성과와 ESG 경영의 균형을 감독하는 역할을 했다.
최 사외이사는 평가및보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이 위원회는 대표이사의 경영 목표와 평가 기준을 심의하고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의 보수를 결정한다. CEO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을 결정하는 만큼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최 사외이사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로 차기 CEO 선임 시점과 맞물린다. 올해 3월 임기가 끝났지만 재선임되면서 후임 CEO 선정 과정을 주도하게 됐다. 당시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4명이 모두 재선임되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표는 취임 후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하며 AI 전문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AICT 전환에 사활을 걸었다. 차기 CEO 역시 이 전략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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