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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소송 합의문에 증인 동반 청문회 명령 역사상 손에 꼽혀
도나토 판사 "원수가 절친, 명령 따르는척 구글 통제권 유지"
구글 플레이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구글과 에픽게임즈가 5년간 이어온 반독점 소송을 끝내려 합의했지만, 미국 법원이 승인을 거부하고 공익에 기여하는지 따져보자며 증거 청문회를 명령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법원이 반독점 소송에서 기업 간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고 공익 심사를 이유로 증거청문회를 명령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민사 반독점 소송 대부분은 합의 판결(consent decree)로 종결되고, 연방법원은 정부·기업이 제출한 거의 모든 합의안을 승인했다.

특히 증인 출석을 동반한 증거청문회는 터니법(Tunney Act) 51년 역사상 '2019년 CVS-Aetna 합병 사건'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힐 정도로 드문 일이라는 분석이다.

에픽게임즈 ⓒ AFP=뉴스1

12일 IT 업계에 따르면 제임스 도나토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판사는 최근 열린 양사 간 청문회에서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고 증거 청문회를 명령했다.​

구글·에픽게임즈는 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공동 합의안을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전 세계 외부 앱스토어 설치 허용 △제3자 외부결제 허용 △인앱결제 수수료율 9~20%로 인하(기존 15~30%) △합의 효력 2032년까지 유지 등이다.

도나토 판사는 "내가 볼 수 있는 변화는 법정에서 수년간 서로를 집요하게 공격했던 두 불구대천의 숙적이 갑자기 절친(BFFs)이 됐다는 것뿐"이라며 "공익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나토 판사는 합의안을 두고 외형상 법원의 명령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 조항에서 구글이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사는 제3자 앱스토어가 구글 플레이 카탈로그에 접근하도록 한 일부 핵심 조항을 합의문에 담지 않았다.

대신 '등록된 앱스토어'(Registered App Stores)라는 개념을 도입해 구글의 사전 심사를 거친 앱스토어만 허용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를 놓고 사실상 구글이 선별 권한을 유지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구글 ⓒ AFP=뉴스1

양사가 합의한 인앱결제 수수료율 약 10% 인하(기존 15%~30%→9%~20%)를 두고도 기존 미국 법원과 최근 영국 경쟁항소법원(CAT) 판결에서 후퇴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미국·영국 법원은 구글·애플의 합당한 인앱결제 수수료로 10% 안팎을 제시하는 추세다. 영국 경쟁항소재판소(CAT)는 지난달 23일 애플에 제기된 집단소송에서 '10% 이상 수수료는 과도하고 불공정'(excessive and unfair)하다고 판결하며 약 15억 파운드(2조 9000억 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법조계와 업계는 도나토 판사가 합의안이 실제로 시장 경쟁을 회복하고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지 철저히 검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나토 판사는 이르면 12월, 내년 1월에 증거 청문회를 열도록 명령했다.

<용어설명>

■ 인앱결제 수수료
인앱결제는 스마트폰 앱과 게임 내에서 디지털 콘텐츠·아이템·구독권 등 유료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결제 방식을 말한다. 이용자가 앱 내에서 사용자가 상품·재화·구독권를 구매하면 애플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플랫폼이 제공하는 결제 인터페이스를 거쳐 결제가 진행된다. 인앱결제는 사업자가 결제방식을 강제하고 높은(최대 30%)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독과점·갑질 논란의 중심에 있다.

■ 증거 청문회
미국 법원이 명령한 증거 청문회(evidentiary hearing)는 판사가 사건 당사자들이 제출한 합의문이 실제로 법적 기준과 공익에 맞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열리는 공적 절차다. 양측은 문서·증인·진술 등 다양한 증거자료를 제시하고, 판사는 이를 심층적으로 검토해 합의가 공익에 부합하는지 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