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그런 걱정 없이 뼈 건강에 신경 써도 될 것 같다.
최근 호주에서 수행한 장기 추적 연구에서 “칼슘이 치매를 유발하지 않는다”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14.5년간 1460명 추적 결과, 치매 발생률 차이 없어
호주의 세 대학, 에디스코완·커틴·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의 과학자와 의사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70~80대 여성 1460명을 대상으로 하루 1200㎎의 칼슘을 5년 간 복용하게 한 뒤, 약 10년 동안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연구 기간에 269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칼슘 복용군(128명)과 위약군(141명)의 발생률이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의학 학술지 랜싯 지역 건강-서태평양(The Lancet Regional Health - Western Pacific)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칼슘 보충제는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치매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APOE ε4), 흡연, 나이, 심혈관 질환, 식습관, 체중, 약물 복용 여부 등을 모두 보정해도 결과는 같았다.
이전 연구, 무엇이 잘못 됐나?
2016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연구진은 칼슘 보충제 복용 여성의 치매 위험이 3~7배 높다고 보고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호주 연구자들에 따르면, 당시 결과는 ‘참가자 선정의 왜곡’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스웨덴 연구는 약국 기록만으로 칼슘 복용자를 구분했는데, 이들은 이미 골다공증이 있거나 뼈가 약한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칼슘 복용자의 골절률은 비복용자의 약 두 배(41% vs 21%)였다.
골절은 그 자체로 치매 위험 요인이다. 골절 후 장기간의 입원, 움직임 제한, 신체 활동 감소 등이 인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스웨덴 연구에서 관찰된 치매 위험 증가는 칼슘 때문이 아니라, 칼슘을 복용할 수밖에 없었던 골절 같은 건강 상태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스웨덴 연구의 칼슘 복용자는 98명에 불과했고, 그중 치매 환자는 단 6명뿐이었다. 표본이 지나치게 적어 통계적 신뢰성이 떨어졌다.
반면 이번 호주 연구에서는 이런 오류를 철저히 피했다. 연구진이 직접 칼슘 보충제와 위약을 나눠주고, 매년 남은 알약을 회수해 복용률을 정확히 기록했다. 참여자도 무작위로 배정해 두 집단의 건강상태를 비슷하게 맞췄다. 손색없는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한 것.
인지 손상과 혈관 손상 우려, 모두 근거 없어
이전 연구들 중 일부는 칼슘이 혈관에 침착돼 뇌 혈류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호주 연구진은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여성(178명)을 따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에서도 칼슘과 치매의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 3년 차에 시행한 경동맥 초음파 검사(혈관 벽 두께 및 플라크 측정)에서도 칼슘군과 위약군의 차이는 없었다. 또한 5년 차에 실시한 기억력 검사에서도 두 그룹의 점수는 거의 같았다. 연구진은 “칼슘이 뇌혈관을 손상시키거나 인지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근거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참가자들은 식사를 통해 평균 하루 960㎎의 칼슘을 섭취했다. 칼슘 보충제를 포함하면 총 2160㎎ 정도로 늘었다. 연구진이 섭취량 기준(1610㎎)을 기준으로 나눠 비교했을 때, 총 칼슘 섭취량이 많거나 적어도 치매 발생률은 비슷했다.
칼슘, 뼈 건강의 핵심 영양소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한계도 인정했다. 모든 참가자가 백인 호주 여성이었기 때문에, 남성이나 다른 인종, 혹은 젊은 층에도 같은 결과가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칼슘 복용을 5년간만 추적했으며, 이후에도 계속 복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칼슘이 노년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과 골절 감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
하루 1200㎎의 칼슘을 5년간 복용하더라도, 이후 10년 넘게 치매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뼈 건강을 위해 칼슘을 복용하더라도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을 해칠 걱정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골다공증은 70세 이상 여성 5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lanwpc.2025.10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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