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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다 이루어질지니’의 주연 배우 수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수지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한국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내수 중심 성장의 한계로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의존이 심화되면서, 자칫 K-콘텐츠의 경쟁력인 ‘IP’(지적재산권)를 글로벌 OTT에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연구교수는 13일 열린 ‘K-콘텐츠 IP 주권 회복과 국가전략:한국판 케데헌을 위한 정책 로드맵’ 토론회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OTT발 제작비 인플레이션으로 국내 영상콘텐츠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독립제작사들이 수익안정성을 위해 IP까지 글로벌 OTT에 넘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산업에서 IP는 이제 단순한 부가 수익원이 아니라 제작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기반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OTT들도 IP 확장을 통해 자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활용한 다양한 IP 상품 출시를 통해 추가 매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작사들은 자본력 부족과 제작 구조 제약 등으로 IP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채 교수는 “콘텐츠 제작의 대형화 등으로 독립제작사들이 자체 자금으로 제작이 어려워졌다”며 “외부 자금조달, 편성, 유통 플랫폼으로의 방영권 판매 등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IP를 넘기는 경우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콘텐츠가 성공을 해도 ‘재주는 국내 제작사가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넷플릭스 제공]


실제로 콘텐츠 제작비는 최근 몇 년 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글로벌 대표 OTT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회당 제작비는 40억원 안팎에 이를 정도다. 2021년 회당 28억1000만원이던 ‘오징어게임’1의 제작비가 ‘오징어게임2’에선 167억까지 올랐다. 올해 공개된 ‘폭삭 속았수다’의 회당 제작비도 37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발 제작비 인플레이션을 국내 OTT, 방송국 등이 쫓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불과 2020년 초만 하더라도 15억원 안팎이던 회당 제작비는 5년새 3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tvN의 ‘별들에게 물어봐’, ‘눈물의 여왕’도 제작비 논란이 무색하게 회당 제작비가 각각 25억원, 35억원으로, 넷플릭스 평균 제작비에 불과한 수준이다. ‘선재업고 튀어’(12억5000만원)처럼 10억원대에 불과한 작품도 적지 않다.

설상가상 콘텐츠 공급을 주도하던 방송사들은 제작비 감당을 하지 못해 드라마 편성을 축소하는 추세다. 2012년 한때 드라마 91편을 공급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2023년 32편을 제작하는 데 그쳤다. tvN, 티빙 등 CJ ENM 계열은 같은 해 이보다 더 적은 20편을 제작했다. 콘텐츠 제작비를 부담하는 국내 방송사 등이 투자를 축소하면 제작사들의 글로벌 OTT 의존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티빙, 웨이브 로고 [각 사 제공]


이에 채 교수는 국내 방송사와 PP(프로그램 공급자) 등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채 교수는 “방송사, PP 등이 드라마 편성을 증대할 수 있는 수준의 보조금 및 세제 지원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제작편수 확대→수익 증가→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뿐만 아니라 “정책지원 확대와 민간투자 인센티브 도입, 수익구조 다각화, 신규 투자방식 마련, 투자·지원대상 간 차별적 제도 설계 등 제작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금융 혁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넷플릭스 1400만 ▷티빙 730만 ▷쿠팡플레이 710만 ▷웨이브 402만 ▷디즈니플러스 260만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