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안위는 13일 제224회 회의를 열고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 안건을 의결했다. 고리 2호기의 수명은 설계 수명 만료일(2023년 4월)로부터 10년 뒤인 2033년 4월까지로 연장됐다. 한수원은 설비 개선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2월 고리 2호기 재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원전으로, 설비 용량은 685메가와트(㎿)다.
원안위는 9인 회의체지만, 최근 일부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이날 회의에는 남은 6명 위원 전원이 참여했다. 회의에서는 과거 운영 허가 시점과 현재 시점 변화를 비교해야 계속운전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진재용 위원)도 나왔다. 하지만 최원호 원안위원장이 “과거 데이터가 향후 계속운전 영향 평가에 거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표결이 진행됐다. 그 결과 찬성 5인, 반대 1인으로 원안 의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장 방청을 신청한 일부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계속운전에 반대하며 소란을 피워 퇴장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재가동 시점은 늦춰졌지만, 원안위의 이번 결정은 계속운전을 신청한 남은 9기 원전의 수명 연장에 긍정적인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고리 3·4호기도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 중단 상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AI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안전성이 담보된 기존 원전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며 “남은 9기 원전에 대한 수명 연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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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없인 AI 경쟁력 확보 어렵다”…남은 9기 연장이 관건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AI 시대를 대비한 전력 확보라는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1기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 용량은 500㎿ 안팎이다. 한국이 공급받기로 한 GPU 26만 장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감당해야 할 전력 용량은 약 500~600㎿로 추정된다. 고리 2호기의 설비 용량이 685㎿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 병목 현상을 가장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GPU 26만 장을 돌리기 위해선 최소 260㎿ 규모 전력 용량이 필요하고, 여기에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전력까지 고려하면 500㎿ 이상 전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관건은 향후 5년 안에 대규모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인데,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안전성이 담보된 원전의 수명을 적극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운전 승인율은 100%에 달한다. 심지어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구 정지된 원전을 다시 사용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스위스의 경우도 안전성 평가를 통과한 원전의 경우 무기한으로 운전을 허용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베스나우 원전(1969년 상업운전 시작)이 아직도 스위스에서 가동되고 있는 이유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AI 산업을 키워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는 경제성과 안전성을 갖춘 원전을 배제한 상태에선 달성하기 힘들다”며 “미국 등에선 40년 이상 가동한 원전도 많고, 노후 원전이라도 계속승인 이후 최신 안전설비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안전성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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