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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과의 '감정적 관계'가 현실의 부부 관계를 무너뜨리는 사례가 늘면서 미국 가정법원에서는 AI를 둘러싼 새로운 형태 '불륜'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챗봇과 친밀하게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실제 이혼 사유로 받아들여지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는 미국에서 일부 이용자가 챗봇에 장기간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형태의 'AI 불륜'이 현실 부부 관계를 허물어뜨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여성은 결혼 14년 만에 남편이 '라티나 베이비걸'이라 부르는 챗봇과 사실상 연애 관계라고 믿고 미성년자를 흉내낸 AI 앱에 수천 달러를 결제한 사실을 알게 되자 이혼을 결정했다. 뉴욕의 46세 작가 에바 역시 AI 동반자와 깊이 교감하다가 스스로 '정서적 불륜'이라고 판단해 연인과의 관계를 끝냈다.

플로리다주 이혼 전문 변호사 리베카 파머는 와이어드에 "감정적 결핍이 있는 배우자일수록 AI 영향에 취약하다"며 "이미 여러 부부가 챗봇 문제로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사건에서 배우자가 챗봇과 대화를 이어가며 은행 계좌나 사회보장번호 같은 민감 정보를 공유하고 여기에 상당한 돈을 쓰면서 업무 능력까지 떨어진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