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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나눔재단이 미국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마련한 마루SF. 아산나눔재단 제공

올해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예전과 다른 현상을 하나 찾아보자면 국내 벤처투자사와 스타트업 지원기관들의 미국 진출이다. 이들이 속속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내고 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아산나눔재단은 현지의 한국계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인 마루SF를 샌프란시스코에 지난 12일 개소했고, 중소벤처기업부도 내년 1월 개소를 목표로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벤처캠퍼스를 만들고 있다. 또 스타트업얼라이언스도 내년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낼 예정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네이버가 현지에서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네이버 벤처스 설립을 지난 6월 발표했고 한국벤처투자, 스프링캠프, IMM인베스트먼트 등 여러 벤처투자사들이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냈거나 준비 중이다. 또 미국의 유명 스타트업 육성업체 500글로벌도 국내 스타트업 육성업체들과 협력을 위해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확장했다.

이렇게 벤처투자사나 스타트업 지원기관, 육성업체들이 실리콘밸리로 달려가는 배경에는 정부가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모태펀드도 한몫한다. 지난해 하반기에 정부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의 시행령을 변경해 한국인이 해외에서 설립한 스타트업도 정부 예산으로 조성한 모태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설립한 스타트업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거나 아예 한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도 모태펀드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바뀐 이유는 국내 창업보다 해외 창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창업가들은 더 큰 시장 진출과 투자받을 기회를 늘리고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국내보다 미국 창업을 선호한다. 미국으로 옮기는 창업가들은 국내에서 창업했어도 사업을 키우려면 해외 진출이 필수여서 결국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벤처투자사들이 국내보다 많고 투자 규모 또한 크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를 받을 기회 또한 늘어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현상을 알기 때문에 모태펀드의 투자 대상을 해외 창업까지 확대한 것이다. 국내벤처투자사와 스타트업 지원기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창업 지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반면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따라올 수 있다. 미국까지 진출한 스타트업이 국내 모태펀드에 의존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지적이다. 물론 해외에서 창업했더라도 국내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하면 모태펀드의 지원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만약 미국에서 투자를 받기 힘들면 모태펀드에만 의존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투자금의 집행 여부를 원격으로 관리 감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중기부 등이 현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관리 감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태펀드의 해외 창업 지원이 명분을 얻으려면 정부에서 이런 우려를 해결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