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 술을 석 잔 이상 마시는 습관성 ‘과음자’는 더 젊은 나이에 더 치명적인 뇌출혈을 겪을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의 공식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에 지난 5일(현지 시각) 게재되었다.
더 치명적인 뇌출혈이란 출혈성 뇌졸중으로도 부르는 뇌내출혈을 가리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출혈성 뇌졸중은 뇌혈관이 파열되어 혈액이 새어 나와 주변 뇌 조직을 손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체 뇌졸중의 약 15~20%를 차지한다. 이 질환을 앓는 사람의 최대 50%가 사망하며, 30%에겐 심각한 장애를 남기고, 단 20%만이 1년 후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나머지 80%를 차지하는 다른 유형의 뇌졸중은 허혈성 뇌졸중으로, 혈관에 혈전(핏덩이)이 생기거나 막힘이 생겨 뇌 일부로 혈류가 공급되지 않아 산소와 영양분 부족으로 뇌세포가 죽는 경우다. 흔히 뇌경색으로도 표현한다.
교신 저자인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MGH) 뇌졸중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에딥 구롤(Edip Gurol) 박사는 “하루 평균 세 잔의 알코올을 섭취한 사람들은 안 마신 사람들에 비해 평균 11년 더 젊은 나이에 뇌출혈을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 연구 개요
하버드 의대와 협력관계인 대규모 비영리 의료·연구 네트워크 매스 브리검 제너럴(Mass General Brigham) 연구자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MGH에 입원한 외상 이외의 원인으로 뇌출혈을 겪은 환자 1600명을 분석했다.
CT 스캔으로 뇌출혈의 크기와 위치를 평가하고, MRI 스캔으로 뇌의 미세혈관 손상 여부를 확인했다.
이 중 약 7%의 환자가 “하루 세 잔 이상”의 음주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진은 하루 세 잔을 과음으로 정의했다. 한 잔은 순수 알코올 14g(국제 기준은 10g)에 해당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4.5도 맥주 355㎖, 12도 와인 148㎖, 40도 위스키 44㎖, 17도 소주 104.4㎖에 해당한다.
따라서 355㎖ 맥주 3캔(500㎖ 2캔), 소주 6~7잔(소주 한 병(360㎖)의 87%인 313.2㎖), 와인 3잔(한병(750㎖)의 약 60%인 444㎖ ) 이상을 꾸준히 마시는 사람은 ‘과음자’로 분류된다.
■ 주요 결과
과음 그룹(하루 세 잔 이상)은 음주하지 않은 그룹보다 평균 발병 연령이 64세로 11년 더 젊었으며, 출혈 크기가 약 70% 더 컸다.
또한 뇌 깊은 곳에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뇌의 액체가 채워진 공간(뇌실)까지 출혈이 퍼질 확률이 2배 높았다.
하루 2잔 정도의 음주도 뇌출혈이 더 이른 시기에 발생할 위험과 유의미하게 연관되었다.
■ 원인 추정: 혈압 상승 + 혈소판 감소
연구진은 과도한 음주가 혈압을 높여 뇌의 작은 혈관들을 손상하고, 이에 따라 혈관 벽이 약해져 새거나 터질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음한 사람들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혈소판 수치가 낮았고, 혈압이 높았으며, 뇌의 미세혈관 손상 소견이 더 많았다.
이러한 변화는 뇌출혈의 주요 위험 요인이며 치매, 기억력 저하, 보행 장애와도 연관이 있다.
즉, 과음은 혈압 상승으로 혈관을 약하게 만들고, 혈소판 감소로 지혈 능력을 떨어뜨려 ‘이중 위험’으로 뇌출혈 위험을 크게 높인다.
■ 출혈성 뇌졸중 위험군은 누구?
뇌출혈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하지만 18세에서 50세 사이에 발생하는 ‘젊은 뇌졸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평균 발병 연령이 지난 12년 동안 43.6세에서 42.9세로 낮아졌다. 젊은 층의 비만, 당뇨병, 고혈압이 증가한 탓이다.
고혈압은 뇌졸중 외에도 만성 신장 질환, 심장질환, 동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 관리가 필수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고, 염분 섭취를 줄이는 등 식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 술, 일주일에 석 잔 이하로
구롤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음이 뇌출혈을 더 빠르고 심각하게 만든다는 명확한 근거가 확인됐다”라며 “뇌와 심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음주를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끊는 것이 중요하다”며 “심지어 뇌출혈 위험이 낮은 사람이라도 일주일에 세 잔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212/WNL.000000000021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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