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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 기피해온 버크셔의 전략 변화
멍거의 '구글 아쉬움' 반영된 듯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95)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버크셔)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지분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랫동안 기술주 투자에 신중했던 버크셔가 알파벳을 수조원대 규모로 자산 목록에 편입하면서 월가의 관심이 집중됐다.

워런 버핏이 2018년 5월 7일(네브래스카주 오마하)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카운트다운 투 더 클로징 벨’ 방송에서 리즈 클래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크셔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13F)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9월 말 기준 알파벳 주식 43억3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며 애플을 제외한 주요 기술기업 투자에는 오랫동안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알파벳 매수는 내부 투자 전략 변화로 해석되며, 생전 버핏의 오랜 동반자였던 찰리 멍거 부회장의 구글 재평가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멍거 부회장은 2017년 주주총회에서 "기술기업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구글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버핏 회장 역시 "구글을 충분히 검토할 기회가 있었지만 활용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CNBC는 이번 알파벳 주식 매입을 버크셔 포트폴리오 매니저 토드 콤스 또는 테드 웨실러가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은 2019년 아마존 지분 매입을 이끌며 버크셔의 기술주 투자를 넓힌 경험이 있다.

버크셔는 3분기에도 애플 보유 비중을 약 15% 줄였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매도 이후에도 애플 지분 가치는 여전히 607억달러(약 88조원)에 달해 버크셔 상장주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2025년 말 CEO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은퇴 후 경영은 후계자로 지명된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맡게 된다.

버핏 "후계자 안정될 때까지 지분 유지"

버핏 회장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차기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공고해질 때까지 자신이 보유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곧 CEO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오너로서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2분기 기준 버핏 회장이 보유한 버크셔 주식은 약 1490억달러(약 217조원)어치로, 대부분이 A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여전히 회사의 최대주주다. 버핏은 앞으로도 매년 추수감사절 무렵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회사의 방향성과 자신의 생각을 계속 공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