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로봇학회 RAS 회장 선출
조규진 서울대 공대 교수 인터뷰
조규진 서울대 공대 교수 인터뷰
로보틱스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국제 로봇·자동화 학회(RAS·Robotics and Automation Society)를 한국인이 이끌게 됐다.
로봇 학계와 업계 등에 따르면 RAS 집행부는 지난달 학술대회를 열고 조규진 서울대 공대 교수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RAS 회장은 글로벌 로보틱스 분야의 학술·산업 어젠다를 조율하는 핵심 포지션이다.
조 교수는 내년 1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회장 당선인으로 활동하며 2028년 1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RAS를 이끌게 된다.
한국인이 RAS 회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계에서는 한국 로봇 연구 커뮤니티의 국제 위상과 리더십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IEEE(전기전자공학회) 산하 RAS는 1984년 설립된 이후 현재 약 2만6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로봇 관련 학계 커뮤니티다. 로봇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들을 발간하며, 교육, 학술, 산학, 표준화 등을 통해 글로벌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조 교수는 RAS 부회장직을 역임하며 세계 로봇 학자들의 신임을 쌓아왔다는 평가다. 특히 로보틱스 분야 최대 학술행사인 ICRA(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의 한국 개최를 성공시켰다.
ICRA는 RAS가 주관하는 플래그십 국제학술대회다. 세계 각국의 로봇학자·혁신 기업들이 행사에 참석해 논문 발표를 하고 네트워킹 기회를 갖는 로보틱스 분야 최상위급 학술행사다.
매년 1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참가한다. 통상적으로 전세계 90여개 국가의 핵심 기술진이 60개 워크샵에 참여하며 1500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된다.
휴머노이드 등 로봇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ICRA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현장에서 굵직한 연구·산업 발표가 잇달아 공개되는 로봇업계 ‘랜드마크’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로봇기업의 전시·세션 참여가 활발해 최신 연구가 기술이전·사업개발로 이어지는 점점이 된다. 매년 산학 공동 로드맵을 가늠하는 장이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학계에서는 조 교수의 RAS 회장 선출을 두고 로봇 학계에서 한국·아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CRA 2027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를 시작으로 로봇 분야에서의 국내 연구기관·스타트업·대기업의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미국 등 제조 선진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기업의 로봇 의존도가 급속도로 커지는 추세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패권국들은 AI와 연결된 로봇 기술을 국가적 ‘전략자산’으로 치열하게 육성중이다.
특히 주요국들은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일손 부족, 인건비 상승 흐름 속에서 제조업을 혁신시킬 핵심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로봇산업은 전방산업을 보조하는 융합산업으로 자동차,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한국의 경우 로봇 산업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세계 로봇 시장에서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 스타트업과 ‘로봇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조 교수를 만나 로봇 분야 최신 트렌드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들어봤다.
-RAS 차기 회장 선출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전 세계 연구자들과 협력해 학문적 발전은 물론,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로봇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로봇의 보편화를 이루는 데 힘쓰겠다.
-ICRA2027 서울 개최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을 찾아오는 국제 로봇 연구자들에게 한국 로봇 관련 기술과 연구자들의 우수함을 각인시키려 한다. 국제적인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임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중이다.
-ICRA의 한국 개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최근 들어 로봇 분야의 경우 학술대회의 수준이 더 이상 실험실에만 머무르는 연구가 아닌 실생활에서의 실증까지 포함된 상당히 완성도 높은 발표들이 많이 진행된다.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던 것이 산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경험을 하며 과거에 미래를 미리 보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로봇 기업들이 최근에 급격히 증가하면서 우수한 인력을 리크루팅하고 홍보를 하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연구진이 더 이상 로봇의 국제 연구 공동체 외곽이 아닌 중심에서 국제 공동체를 함께 이끌어가는 주역들이 될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로봇의 시대’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여러 번 반복돼왔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1921년 이전부터 로봇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현재는 국내외 여러 기업이 휴머노이드와 4족 로봇 등을 선보이며 기술의 경연을 펼치고 있다. 아직 시장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로봇은 인구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필수적인 기술이며, AI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로봇 산업을 국가의 ‘전략자산’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이 로봇연구소(RI)를 설립하는 추세가 눈에 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점점 더 많은 로봇연구소(Robotics Institute)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시간대, 조지아텍, 샌디에이고대와 같이 공학대학이 유명한 대학들이 그렇다.
이러한 로봇연구소들은 연구를 고도화하기 좋은 인적 구성과 시설 장비들을 보유해 세계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세상에 나가게 도울 수 있는 창업을 준비하기 좋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돌아와서 또 다른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생태계 역할을 하게 된다.
-하드웨인 로봇 분야 창업은 다른 테크 분야보다 창업이 쉽지 않다. 그래서 ‘터프테크’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 정보기술(IT) 기업과는 다르게 실제로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장비와 재료, 부품이 필요하고 만들고 난 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로봇기업들은 실험실을 기반으로 창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MIT 실험실에서 나온 청소기 로봇의 시초인 아이로봇이나 MIT 레그랩에서 나온 보스턴다이내믹스, 홍콩과학기술대 실험실에서 나온, 전 세계 드론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DJI 등이 그러하다.
-대학 실험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점은 점점 더 창업을 졸업 후 진로로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험실 창업이 많아지려면 실패 시 큰 위험을 안고 도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 좋은 연구를 하고 나면 창업의 기회가 생기고 실패 시에도 돌아갈 수 있는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로봇 창업 활성화를 위해 ‘스태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유가 있나.
=하버드가 좋은 사례다. 하버드는 1조3000억원을 넘게 들여 8개 층, 연면적 1만5000평이 넘는 최첨단 과학과 공학 캠퍼스 건물을 오픈했다.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의 시스템에 있다. 곳곳에 장비를 관리하고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는 직원들이 고용돼 있다.
대학 연구실이지만 학생들 숫자보다 박사 후 연구원과 엔지니어링 스태프의 숫자가 더 많다. 엔지니어링 스태프로 단순히 기능직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버드대 박사 출신이 오기도 한다.
=로봇은 오염된 바다를 청소하고, 위험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정교한 수술을 돕거나 도달하기 힘든 지역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명을 구한다. 농업에서는 지속가능한 작물 관리를 통해 식량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로보틱스는 또한 우주탐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웨어러블 로봇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나.
=웨어러블 로봇은 고령화사회에서 활력을 되찾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사회적 로봇은 고독한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다.
-한국 로봇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혁신을 장려하며,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이 이미 IT 및 전자 산업에서 높은 기술력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로봇 산업에서도 이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최근 로봇 스타트업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신호인가.
=그렇다. 지금보다 더 좋은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게도 홍콩과기대에서 나온 드론 기업인 DJI, MIT에서 출발한 휴머노이드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학생들이 1학년 때 수강하는 창의공학설계, 소위 ‘창공’이란 수업이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종이 위에 답을 적어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리소스를 이용해 작은 로봇을 만들어서 문제를 푼다.
실제 현장에서 접하게 될 실전 문제들을 풀 때 경험하게 될 것들과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때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고, 때로는 작은 성공에 기뻐하기도 하며 로봇을 만들어 나가면서 진정한 공학도가 되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양한 형태의 리소스들을 활용해, 본인이 정의한 문제를 풀어내는 교육이 더욱 절실해진 시대다.
-물리적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로봇은 언제쯤 현실화 할까.
=물리적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봇 개발은 상당한 투자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IT 개발과 같은 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로봇 기술의 본질과 발전 과정을 간과하는 것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인내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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