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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지능형 로봇 및 국방·의료·탐사 분야 응용 기대


이동 기능을 수행하는 OCTOID 다리 구현.[K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바닷속 문어는 포식자를 피하거나 먹잇감을 잡을 때,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의 색깔과 질감을 바꾸며 주변 환경에 완벽하게 녹아든다. 마치 주변 산호나 해초의 색을 그대로 복제하듯 몸을 푸르게 혹은 붉게 변화시키고, 부드럽게 다리를 휘어 이동하거나 사냥감을 낚아채는 모습은 ‘자연이 만든 완벽한 변신 로봇’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다.

이처럼 생물의 능력을 본뜬 ‘소프트 로봇(Soft Robot)’ 기술은 최근 인공지능(AI)과 첨단 소재 과학의 발전으로 빠르게 진화하며 미래 로봇 산업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김대윤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문어의 위장과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색과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소프트 로봇 ‘OCTOID(옥토이드)’를 개발했다. OCTOID는 단순히 구부러지거나 늘어나는 수준을 넘어 전기 자극에 따라 색을 바꾸며 주변 환경에 맞춰 움직이고 물체를 잡는 기능 통합형 소프트 로봇이다.

위장 기능을 수행하는 OCTOID 다리 구현.[KIST 제공]


연구팀은 핵심 재료로 광결정 고분자를 개발했다. 이 소재의 나선형 분자 배열과 고분자 네트워크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 실제 문어 다리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과 색 변화가 동시에 가능한 구조를 구현했다. 전기 신호를 가하면 소재 표면이 미세하게 수축·팽창하며 푸른색-녹색-적색으로 연속적인 색 변화를 보인다. 또 비대칭 구조 변화를 통해 휘거나 펴지는 동작을 수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OCTOID는 실제 문어처럼 위장(camouflaging), 이동(moving), 포획(grabbing)의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OCTOID’는 그 자체로 생체 모사 소프트 로봇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위장, 이동, 포획 기능이 합쳐진 ‘트리플 인 원(triple-in-one)’ 시스템은 향후 환경 적응형 탐사용 로봇, 심해 구조 및 해양 생태 모니터링 장비, 재활 및 의료용 촉각 보조 로봇, 방산 및 은폐 기술 응용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김대윤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자율형 적응 로봇, 군사 위장 시스템, 해양 탐사 로봇, 의료용 미세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용 소재를 확보했다”며, “향후 본 기술을 자기 인지, 인지 반사, 학습형 소프트 로봇 등 지능형 소프트 머신 개발로 확장할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