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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 프로젝트 플루토 대표 인터뷰


홍현 프로젝트플루토 대표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월가의 글로벌 금융사에서 재직하며 많은 서학개미의 관심을 받았던 유튜버 ‘뉴욕주민’. 지난 2022년 돌연 ‘스타트업 창업’을 외치며 유튜브를 떠난 그가 약 3년 만에 월가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돌아왔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인 밀레니엄부터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등이 고객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홍현 프로젝트 플루토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영상으로 인터뷰하면서 “금융이란 영역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산재해 있는데, 이를 가만히 두는 기업과 AI를 통해 적극 활용하는 기업 간의 차이는 생존과 도태를 가르는 기준선이 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로 인해 금융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구독자 40만 성장하며 콘텐츠 영향력 실감
철학과 가치 담긴 제품 만들고자 창업해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로 시작해 유튜브 ‘뉴욕주민’으로 인기를 얻었다.

▶2009년 금융위기 직후에 커리어를 시작해 쭉 금융권에서 기업금융, 투자 관련된 일을 했다. 씨티, JP모건과 같은 투자은행에서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업무를 했고, 사모펀드를 거쳐 마지막에는 헤지펀드에서 롱·숏 에퀴티 전략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PM)로 일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급변하는 시장을 흥미롭게 보면서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들이 바이럴되기 시작했다. 한창 활동할 때는 구독자 수가 40만명에 육박했는데, 그때 내가 하는 말과 내가 만든 콘텐츠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를 실감했다.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한 배경은.

▶(유튜버로 성장하며) 안티도 생기고 인지도도 높아졌다. 기관 소속의 투자 전문가와 유튜버라는 두 정체성을 동시에 유지할 수 없었다. 삶의 목표는 항상 ‘선한 영향력’이었다. 유튜브보다는 더 깊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과 의사 결정에 기여하는 영향력을 키우고 싶었다.

―프로젝트 플루토는 무엇을 하는 스타트업인가.

▶‘터미널X’라는 AI 투자 에이전트를 개발한다. 여러 차례 피봇을 했다. 처음에는 AI로 뉴스를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했었고, AI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는 것도 개발했었다.

현재 사업인 터미널X 에이전트를 처음 공개했던 것이 올해 1월이었다. 당시 개발자 2명이었다. 한국에서의 팀을 엎고 뉴욕으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초기 이용자들이 써보면서 입소문을 탔고 빠르게 성장했다.

투자 리서치 과정 돕는 AI 에이전트 개발
방대한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 보조
터미널 X를 활용한 질문과 답변 예시. 실시간 시장 동향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 기관이 발간한 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관련도 높은 문서를 찾아 답변을 제공하며, 고객사 내부 문서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출처 = 프로젝트 플루토 웹사이트]―터미널X는 무엇을 해결하는 서비스인가.

▶단순한 AI 검색을 넘어 투자 결정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기관들의 리서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과부하와 시간 손실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한 건의 투자 결정을 위해 애널리스트는 전체 시간의 80~90%를 리서치에 쏟아붓는다.

터미널X는 이 과정을 근본에서 다시 설계한다. 고객사가 보유한 내부 데이터와 시장의 퍼블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순간, 애널리스트는 ‘정보 찾기’가 아닌 ‘통찰 도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질문 한 번으로 수천 페이지 분량의 데이터를 종합하고, 패턴을 발견하며, 논리를 검증받는 환경이 바로 터미널X가 만들어 내는 변화의 핵심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자체적으로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지 않나.

▶터미널X를 사용하는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도 있는데, 모건스탠리도 자체 모델이 있는 곳이다. 이들은 수십억달러를 들여 자체 모델을 개발하거나 솔루션을 구축하는데 그게 실제로 잘 작동이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불룸버그도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 이미 수년 전 자체 ‘GPT’를 개발했지만 아직도 가장 기본적인 검색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거대 기업이 마주하는 본질적인 딜레마다. 수십 년 쌓아온 레거시 시스템, 각기 다른 부서와 팀에 산재된 데이터 사일로,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기술의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운 내부 프로세스가 만들어 내는 결과다.

―터미널X만의 경쟁력은.

▶금융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는 데이터 인덱싱 기술이다. 우리는 데이터라는 원유를 AI라는 엔진이 잘 쓸 수 있도록 고급 연료로 정제해서 파는 회사다. 방대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금융 데이터를 거대언어모델(LLM)에 연결했을 때, 그 즉시 활용 가능한 투자 인사이트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수많은 금융사가 AI 도입을 시도하다가 데이터의 벽에 막힌다. 그들에게는 수백만 종류의 데이터가 있고, 그 데이터들은 난잡하게 흩어져 있다. LLM이 이해하기 불가능한 숫자의 나열인 엑셀 모델들도 있다.

우리 팀은 금융사들이 가진 데이터의 종류부터 성격, 레이어, 정형, 비정형 상태 등을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독자적인 인덱싱 기술이 접목된다. 고객은 복잡한 데이터 전처리 과정 없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자사 데이터에 최적화된 AI 애널리스트’를 즉시 활용할 수 있다.

―누가 터미널X를 사용하고 있나.

▶밀레니엄 같은 대형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PM(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자체 모델에 플러그인하거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시장·기업 리서치에 사용된다. 사모펀드 고객은 포트폴리오 회사 관리, 투자 보고서 작성 등에 터미널X를 사용하고 있다. 업력이 10년 된 경쟁사 AI 제품을 사용하다가 데이터 처리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 터미널X로 전환한 고객사 사례도 있다.

―그동안의 성과는.

▶테크 ‘얼리 어답터’를 자칭하는 금융업계 실무진들이 파일럿 형태로 사용해보다가 예산을 요청해서 도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1월 출시 이후 5월부터 본격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하고 있는데 벌써 매출 100만달러를 넘겼다. 고객사는 60개 이상의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다.

프로젝트 플루토가 NH투자증권과 협업해 NH투자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나무증권’에서 제공하고 있는 투자 에이전트 서비스. 시장 동향과 특정 종목의 주가 흐름 등을 기반으로 질문하면 AI가 리서치 문서, 공시, 뉴스 등을 분석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한다.―기관 전용 서비스라면 개인들은 사용할 수 없나.

▶미국에서는 자산관리 혹은 독립투자자문사(RIA)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일반 이용자에게도 터미널X가 전달되고, 한국의 경우 최근 NH투자증권과 특별히 일반 고객이 접할 수 있는 형태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에이전트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는가.

▶금융이라는 영역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산재해 있다. 이 데이터를 가만히 두는 기업과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해 최대한 잘 활용하는 기업간의 차이는 단순 격차를 넘어 생존과 도태를 가르는 기준선이 될 것이다.

―한국의 도입 속도는.

▶미국보다 1~1.5년 이상 기술적 격차가 있는 걸 체감한다. 문화적·제도적 격차는 그 이상이다. 망 분리 같은 규제도 그렇다.

우리의 고객사는 대기업, 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금융기업들이다. 그들의 레거시 시스템 위에 새로운 기술 레이어를 도입하려면 수많은 부서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장기간에 걸친 검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도 자체도 어렵다.

다만 최근 풍향이 바뀌는 조짐이 보인다. 어떻게 하면 금융시장의 비정형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운용사들이 생겼다.

투자 유치는 스타트업 성공 기준점 아냐
모든 투자은행·헤지펀드 쓰는 상품 만들 것
―2022년 투자 유치 이후 소식이 뜸했다.

▶2022년 이후에도 추가 투자를 받았었는데, 당시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아직 제품이 자리 잡기 전이었다. 흔히들 잘못 생각하는 게 있는데 ‘스타트업의 성공=투자 유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업의 성공은 투자 유치가 아니다. 투자는 외부에서 자금이 들어왔다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큰 시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제품을 만들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삶의 궤적이 계속 고위험의 영역으로 향하는 듯하다.

▶맞다. 한국 나이로 보면 30대 중후반은 보편적으로는 가장 리스크 회피형인 나이대이다. 그리고 인간은 주로 잃을 게 많을수록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 난 잃을 게 많다. 금융 커리어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책임져야 하는 자녀도 있다.

흔히들 잃을 것이 없는 자들이 도전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리스크 테이킹을 했을 때의 저력이 가장 파괴적이다.

―직원 채용 과정에서 ‘주 100시간 근무할 사람 찾는다’와 같은 말로 화제를 모았다.

▶거짓말을 할 순 없다. 일에 대한 열정일 뿐이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양보다는 질이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그리고 ‘잘’ 일한다. 지금 인터뷰하는 시간도 금요일 오후 10시인데, 여기 공유 오피스에 불이 다 켜져 있다.

―지금 목표로 하는 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

▶매출이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같은 타이틀은 일시적인 이정표에 불과하다. 진정한 성공은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제품이 사람들의 일상과 의사결정 깊숙이 스며드는 것을 보는 순간일 것이다.

어느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사무실에 가도 애널리스트들이 터미널X를 켜고 업무를 시작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