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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C, 글로벌 에너지 기업 CEO 설문 결과 공개
폭발적 연산 수요 등으로 현 모델 지속가능 안해
AI 시대 에너지 수급… 1차 산업혁명급 변화 요구
당장은 전력효율화, 장기적으론 ‘모든 참여자 협력’
미국 버지니아주의 데이터센터.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에너지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AI 시대에 맞춘 에너지산업 재편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컨설팅기업 PwC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에너지·유틸리티·자원(EUR) 부문 기업 CEO 가운데 40%가 “현재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는 10년 안에 회사가 생존할 수 없다”고 답했다.

AI가 불러온 폭발적 연산 수요와 기후 대응 규제, 지정학적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운영 방식이 이제 사실상 유효기간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는 이미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를 앞질렀거나 곧 앞지를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기업 운영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전력·인프라 공급을 담당하는 에너지 기업은 기존 시스템의 ‘부분 조정’이 아니라 ‘산업의 재창조’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AI산업 전문가들은 “AI가 고도화될수록 필요한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전기다”라는 말을 환기한다. 초거대 모델 학습에는 도시 단위의 전력량이 필요하다.

이번 PwC 보고서가 보여주듯, 많은 에너지 CEO들은 이러한 수요 증가에 지금의 설비와 운영 방식이 대응할 수 없다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글로벌 AI산업 전문지 ‘AI 매거진’은 이를 “AI 시대의 에너지 수요는 과거 산업혁명 급 변화를 요구하며, 현재와 같은 인프라로는 새로운 경제를 떠받칠 수 없다”는 경고로 해석했다.

이번 PwC의 에너지 기업 CEO 설문조사에는 크게 두 가지 함의를 갖는다.

하나는 생성형 AI가 실제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이미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는 상황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답변에 응한 CEO의 3분의 1이 AI 도입 후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56%는 직원 업무 효율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즉, 기업들은 AI를 더 많이, 더 깊게 도입하려는 동기를 갖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AI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기존의 ‘단순 확대’ 수준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생산성 향상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리더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기술 기반 효율성 강화다. 자동화, AI 자체를 통한 에너지 운영 최적화, 3D 프린팅 등 신기술을 통해 전력 생산·유통 과정에서의 손실을 줄이는 방향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절대량 부족’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전략으로, 기존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한다는 접근이다.

둘째, 저탄소·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AI 서비스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 감축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나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바뀌고 있다. PwC 조사에서 EUR 기업의 37%가 기후 친화적 투자가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답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주요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셋째, ‘에너지-데이터센터 공동 발전 전략’이다. 이는 가장 주목할 변화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IT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회사·가스회사·유틸리티기업이 직접 데이터센터 건설에 참여하거나 AI 기업과 장기 전력공급계약(PPA)을 체결하며 공동 생태계를 구축하는 구조가 늘어나고 있다.

AI를 위한 전력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송전망 확장,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확대, 축전 기술 적용 등 전력망 설계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에너지 CEO들은 이 부분을 가장 큰 ‘산업 재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기술 혁신과 기후 행동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보고서는 에너지 기업들이 단순히 AI를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넘어, AI 시대 경제 구조의 중심 플레이어가 돼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력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AI 산업 전체가 성장은커녕 존립할 수 없다. AI 기업들이 성능 향상을 위해 더 많은 GPU와 더 긴 학습 시간을 요구할수록, 에너지 기업은 안정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에너지 인프라가 병목이 되면 AI 혁신은 결국 멈출 수밖에 없다.

PwC의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경고음은 분명하다. 많은 CEO들이 기존 모델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지만, 실제로 ‘재창조’ 수준의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기업은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기존 구조를 약간 조정하는 수준에서 머무르며, AI·지속가능성·수익구조 전환을 하나의 통합 전략으로 묶어 실행하는 기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희망적인 것은, 설문조사 결과 재창조를 시도한 기업일수록 수익성과 매출 성장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의 70%는 단기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지속가능성·에너지 혁신에 투자하라고 요구한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전력의 양’이 아니라 ‘전력 시스템의 질’이라는 메시지가 현재 에너지 CEO들이 내놓는 공통된 결론이라고 AI 매거진은 전했다. 에너지 뒷받침 없는 모든 기술 혁신은 의미를 잃는다. AI가 경제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점에서 에너지 산업의 재창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