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스타트업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장비 핵심 부품 자립화에 도전한다.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으로,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수입 대체 효과와 공급망 안정화가 기대된다.
엑스아이씨는 내년 1분기 실증을 목표로 TC본더용 단결정 SiC 기반 '펄스히터' 모듈과 '진공판'을 개발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두 부품은 HBM을 만들 때 사용하는 TC 본더의 핵심 부품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만드는데, 열을 가해 붙이는 장비가 TC본더다.
펄스히터는 칩을 붙이기 위해 순간적으로 고온을 내는 '히터'고, 진공판은 칩을 집어 정확한 위치에 고정하고 열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모두 정밀한 온도 제어와 고른 열 분포가 요구된다.
엑스아이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새로운 '접근법'을 들고 나와서다.
펄스히터와 진공판은 지금까지 모두 소결체 소재를 가공해 만들었다. 소결체는 탄화규소(SiC)나 질화알루미늄(AlN) 가루를 고온에서 눌러 인위적으로 굳힌 '다결정' 소재로 원자 배열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열·전기를 전달하는 성질이 고르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엑스아이씨가 사용하는 소재는 SiC 잉곳으로 만든 '단결정 SiC'다. 원자 배열이 하나의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형태기 때문에 소결체보다 전기적·열적·기계적 특성이 우수하다.
무엇보다 핵심 요구 성능인 빠르고 안정적인 승온(온도 상승)이 가능하고, 열을 고르게 전달할 수 있다. 내구성이 높아 부품 교체 주기도 길어진다.
엑스아이씨 관계자는 “펄스히터의 경우 SiC 단결정 발열체의 저항값이 균일하고(20mΩ 범위 이내) 동시에 열충격에도 뛰어나 차세대 HBM 생산에 필요한 성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SiC 단결정은 열전도율이 300~350W/m.k로 소결AlN(210) 소결SiC(180)보다 우수해 펄스히터와 진공판이 열을 빠르고 균일하게 전달할 수 있게 한다.
경도도 3000 누프(Knoop)로 소결SiC(2400), 소결AlN(1200)보다 높은데, 이는 반복 공정 충격으로 인한 진공판의 물리적 변형과 파티클 발생을 억제한다.
현재 TC본더용 펄스히터는 일본 직코, 스미토모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의존도가 높아 국내 미코, 보부하이테크 등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다수 업체들이 다결정 소결체 SiC 또는 AlN을 사용하는데, 엑스아이씨는 단결정 SiC로 도전장을 던졌다.
과거에는 원료인 단결정 SiC 잉곳 가격이 비싸 부품 소재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중국이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가격이 안정화돼 사업 기회가 생겼다는 평가다.
엑스아이씨는 내년 초 시제품 평가를 통해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성능 개선을 거쳐 같은해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본더 업체들의 부품 공급망 다변화가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SiC 단결정의 뛰어난 물성이 최대 강점”이라며 “부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복수의 안정적 SiC 잉곳 공급선도 구축한 만큼 잠재 고객사 요구에 적극 대응해 빠른 시일 내 상용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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