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370638_001_20251116194806491.jpg?type=w800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들이 16일 민간 합동회의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건 관세 협상 타결을 이끌었던 대규모 대미 투자로 자칫 국내 투자와 생산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부 경제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투자 규모는 무려 1275조원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5년간 총 450조원…평택 P5 공사 착수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지난해 초 건설을 중단한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단지 5라인(P5) 구축을 재개, 2028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P5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설을 모두 갖춘 반도체 공장이다.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먹거리들을 책임질 곳이다. 인공지능(AI) 기술에 핵심적인 반도체를 생산할 공장으로, 삼성은 P5를 통해 첨단 공정 구현과 압도적 생산능력으로 초격차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지난달 인수한 유럽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그룹 제품의 국내 생산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에 생산라인 건립과 인력 확충을 검토해 AI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삼성SDS는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경북 구미 1공장에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전남에 들어설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 주사업자로서 정부의 'AI G3 도약' 목표 달성에 동참한다. 삼성SDI는 울산 사업장에 차세대 이차전지인 '전고체 배터리' 생산 거점 마련을 추진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사진=연합뉴스)
◇SK,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최대 600조원…“고용도 대폭 확대”

SK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최대 600조원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회사는 2028년까지 128조원 투자를 계획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용인 반도체 공장만(팹 4기 완공 시)으로도 600조원 정도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할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크고, 수요를 잘 맞춰서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는 2029년까지 매년 1만4000명에서 2만명 수준의 고용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연간 고용 규모는 8000명 이상인데, 반도체 투자 확대로 채용 확대를 전망했다.

SK는 국내 첨단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86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제조 AI 확대와 지방 균형 발전 차원에서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영남권·서남권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5년간 125조원 국내 투자…사상 최대 규모”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해 AI, 로봇 산업 육성, 그린에너지 생태계 발전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지난 5년간 투자액은 89조1000억원이다. 직전 5년간 연평균 투자액(17조8000억원)보다 무려 40% 증가한 수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AI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신사업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 신사업 투자 50조5000억원, 연구개발(R&D) 38조5000억원, 경상투자 36조2000억원을 집행한다.

자체 로봇 제품 생산부터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친환경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과 연료전지용 PEM 수전해기 플랜트 구축에도 나선다.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 및 수출 기지로 육성한다. 국내 자동차 수출을 2030년 247만대로 대폭 늘리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전동화 수출을 2030년 176만대로 2.5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매입 가격에 반영해 전액 지원하는 상생협력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구광모 LG 회장 “5년간 100조원…이중 소·부·장에 60조원 투입”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LG 회장은 이날 “향후 5년간 국내 시장에 100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 개발·확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소부장 협력사 경쟁력을 높여 함께 성장하는 전략이다.

구 회장은 “앞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미래 시장을 이끌 첨단 기술을 지속 확보하고 이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를 국내에서 개발·생산하는 혁신 생태계를 꾸준히 키워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LG도 이를 위한 국내 투자와 협력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를 산업 전반에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하는 시도도 한다.

구 회장은 “LG 자체뿐만 아니라 협력사 역량이 함께 성장해 산업 전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설비 자동화 AI 적용 노하우를 전수하는 활동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