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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AI칩·하이스피드 인터페이스 설계 경험 축적
3D IC·칩렛·실리콘포토닉스로 기술 확장
연내 코스닥 상장 예고…20일 해외투자자 만남
코스닥 상장을 앞둔 세미파이브는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ASIC) 설계 전문 기업이다. 기업들의 AI 특화칩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디자인하우스의 전략적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성남 분당 본사에서 만난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우리는 ‘넓고·크고·깊고·빠른’ 설계 플랫폼으로 고객사에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가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세미파이브 본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세미파이브는 AI·고성능컴퓨팅(HPC) 특화 플랫폼과 500~800㎟급 대형 AI 로직칩 설계 역량, 하이스피드 인터페이스(IP) 내재화로 해외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해외 기관 대상 PDIE(사전교육)에서도 AI ASIC 전략·플랫폼 구조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세미파이브는 20일 홍콩·싱가포르에서도 PDIE를 진행한다.



– 해외 기관이 세미파이브에 주목하는 이유는.

“AI 반도체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대형 AI 전용칩을 스펙부터 패키징까지 ‘엔드 투 엔드(End-to-end)’로 설계·양산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우리는 로직·인터페이스·시스템 아키텍처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한다. 한국 파운드리·메모리 생태계와의 연계성도 강점이다.”

– 기존 디자인하우스 대비 차별점은.

“우리는 자체 플랫폼으로 ‘넓고·크고·깊고·빠른’ 설계 역량을 갖고 있다. ‘넓다’는 스펙 정의–시스템 아키텍처–전력·열 설계–메모리·패키지 연계까지 AI 모델 요구사항을 전 과정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크다’는 500~800㎟급 대면적 AI 칩을 실제 설계·검증한 경험에서 나온다. ‘깊다’는 PCIe 5·6, GDDR6, LPDDR6 등 하이스피드 인터페이스를 자체 IP로 개발해 양산까지 검증한 역량이다. ‘빠르다’는 플랫폼 자동화·재사용성을 기반으로 경쟁사 대비 최대 2배 빠르게 개발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가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세미파이브 본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삼성 파운드리 외 글로벌 협업 상황은.

“삼성과 협력하지만 단일 파운드리 구조는 아니다. 글로벌파운드리(GF)의 국내 유일 플래티넘 파트너이며, 인텔과는 첨단 패키징을 논의 중이다. ASIC은 생태계 결합 구조라 복수 파운드리 협력이 필수적이다.”



– ASIC이 GPU를 대체한다는 시각도 있다.

“성격이 다르다. GPU는 범용 처리에 강하고, ASIC은 고객 모델·데이터 흐름을 기준으로 대역폭·전력·연산 구조를 최적화한다. 내부 LLM을 직접 운영하는 기업이 늘면서 ASIC 검토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국내 기업들의 GPU 대량 도입은 어떻게 보나.

“GPU 증설은 전체 AI 인프라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일정 시점 이후에는 전력 대비 성능(TCO) 최적화가 필요해지고, 이때 ASIC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AI 맞춤형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해야 미래의 기업 가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대만 디자인하우스 알칩(Alchip)이 불과 1년여 만에 시가총액이 7~8조원대에서 13조원대로 상승하며 GUC(11조8000억원)를 넘어선 것도 한 사례다. 매출은 GUC가 더 크지만, 알칩이 AI 맞춤형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가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세미파이브 본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IPO 자금은 어디에 투입하나.

“첫째는 기술 길목을 선점하는 것이다. 특히 3D IC는 AI 칩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우리는 800㎟ 로직 + 4단 메모리 적층 구조를 개발 중이며, 발열·전력·신호 무결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영역이다. 둘째는 칩렛이다. 자체 CPU 칩렛 ‘프리미어(Premier)’를 개발 중이며, 고객 전용 버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셋째는 실리콘포토닉스다. 장기적으로 AI 서버의 I/O 병목을 해소할 기술로 본다.”

세미파이브의 2025년 1~3분기 누적 매출은 898억원이다. 용역(ASIC 개발)이 56%, 제품(양산)이 17%, IP·기타 매출이 27%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양산 공급 매출은 전년 대비 89% 성장했다. 디자인하우스 매출은 개발 매출이 먼저 발생하고, 양산 매출이 일정 시차를 두고 뒤따르는 구조다.

양산 매출은 제품이 시장에 안착한 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최근의 성장세는 향후 안정적 매출 기반이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 대표는 "양산 매출 비중이 아직 낮아 보이지만, 이는 회사가 6~7년 차로 개발 후 양산까지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초기에 개발한 칩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서면서, 앞으로 양산 매출 스트림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파이브 조명현 대표가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세미파이브 본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과의 협력은.

“국내 대부분의 AI 실리콘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고객이 NPU만 갖고 있어도 나머지 SoC 전체(전력·메모리 인터페이스·보안·버스)를 우리가 구성한다. 테스트칩 없이 곧바로 제품 단계까지 올린 사례도 있다. 퓨리오사AI의 첫 칩 ‘워보이’도 같은 방식이었다.”

– 세미파이브의 인재상은.

“ASIC은 팀 간 동시 협업이 필수다.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소통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목적 지향과 완전 소통이 플랫폼 설계 기업의 기본체력이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조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보스턴컨설팅그룹(BGC)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경영 전략을 자문하던 중 AI 맞춤형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를 보고 2019년 창업을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