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981346_001_20251117072707173.jpg?type=w800

60조원 이상 투입될 대형 공사
차세대 HBM 생산거점 확보
메모리 구조전환에 선제 대응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5라인(P5) 건설을 2년 만에 재개한 것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촉발된 메모리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있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야경. [사진=평택시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3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에 위치한 평택캠퍼스 P5 신축공사 작업을 승인했다. 2023년 반도체 부문에서 15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뒤 지난해 초 공사를 멈춘 지 약 2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P5에서 이달 말까지 기초 공사에 착수하고, 다음 달 중순에는 터파기 작업에 돌입한다. P5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차세대 HBM을 생산하는 ‘메가 팹’으로 운영된다.

엔비디아가 2030년까지 한국 정부와 기업에 공급하기로 한 26만장의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요한 HBM4 물량도 상당 부분 이곳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단기 대응이라기보다 중장기 시장 재편에 맞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확대와 엣지AI 본격화가 메모리 수요 증가를 이끄는 가운데, HBM은 이 흐름의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는 P5 재개를 ‘HBM4 승부’에 대비한 기반 구축으로 보고 있다.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HBM4부터는 인터페이스·전력·구조 등 기술 체계가 크게 바뀌어 삼성전자가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다.

향후 P5가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HBM 수율·발열·인증 문제가 개선되면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여건을 갖게 된다.

다만 실제 주도권 확보 여부는 기술 개선 속도와 고객사 검증이 좌우할 전망이다.

HBM 시장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리서치앤마켓은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29억3000만달러에서 2033년 167억2000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성장률(CAGR)은 21.35%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반도체대전에 전시한 HBM4와 HBM3E. [사진=박지은 기자]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첨단 메모리 생산은 한국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낸드 제품 일부를 중국 시안에서 생산하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20나노급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첨단 D램과 D램 적층 기반 HBM은 한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사례가 없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투자를 늘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중소·벤처기업과의 상생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