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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나 누구나 생성형 AI
동선 계획부터 딱 맞는 상품 추천까지
AI로 품질 관리하니 불량률 0.01%로
광고 문구 도출하기까지 2주→3시간
홈 IoT와 연동해 몰입형 쇼핑 시대로

편집자주

오픈AI가 챗GPT를 발표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생성형AI는 익숙했던 일상과 산업 현장을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빠르게 바꿔가는 중이다. 한국일보는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놀라운 변화들을 공유하고, 차세대 AI 기술이 보여줄 미래 모습을 전망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주말을 맞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지하 7층, 지상 8층 규모로 영업 면적만 8만9,100㎡다. 김태연 기자

축구장 13개(2만7,000평) 규모, 600여 개 매장과 팝업스토어가 들어선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이 초대형 백화점에선 효율적인 동선 계획이 필수다. 예전에는 웹 검색이나 층마다 구비된 안내용 터치스크린으로 매장 위치를 확인했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생성형 AI '헤이디'에 묻는다. 이 AI는 위치 정보 제공을 넘어 쇼핑 목적을 고려해 동선까지 짜 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방문하기 전 현대백화점 생성형 AI '헤이디'에 쇼핑 목적을 입력한 뒤 동선 설계를 요청했다.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는 매장 위치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이동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효율적인 동선까지 제시한다. 헤이디 캡처

"친구와 함께 러닝화를 사려고 해. 점심은 양식을 먹고 팝업스토어나 카페도 들르려는데, 동선 좀 짜줘"라고 입력하자 헤이디는 이내 답변을 내놨다. 매장 정보를 찾거나 원하는 메뉴를 파는 식당을 일일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AI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것이다. 일부 식당은 직접 예약도 한다.

챗GPT 이후 쇼핑 문화가 확 달라졌다. AI와 몇 마디 나누기만 하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필요한 물건을 알아서 장바구니에 채워준다. 업계에선 AI를 활용해 소비자 이목을 끄는 광고 문구를 뽑고 양질의 신선 상품을 선별한다. 쇼핑 AI는 더 몰입감 있는 쇼핑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 이제 오프라인 공간까지 넘보고 있다.

필요한 재료 있는 매장 찾아 장바구니 채워

롯데마트 주류 전문 매장 '보틀벙커' 애플리케이션(앱)에 장착된 'AI 소믈리에'에게 "방어회에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줘"라고 묻자 기름기를 잡아주는 스파클링 와인을 소개했다. 와인 향과 당도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시하며 취향에 맞는 와인 선택을 도왔다. 보틀벙커 캡처

AI를 통한 상품 판매는 취향을 크게 타는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롯데마트는 6월 구글 제미나이 기반 'AI 소믈리에'를 도입해 기호에 맞는 와인을 쉽게 찾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황이나 원하는 맛을 입력하면 와인별 향과 당도를 자세히 안내해,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개인마다 선택 기준이 다른 화장품 역시 맞춤 추천이 효과적이다. 롯데온 '뷰티 AI'는 피부 타입과 톤을 입력하면 맞는 상품군을 제시해 준다. 업계에선 웬만한 신입 MD 몫은 AI가 거뜬히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마트 '제타' 앱에 도입된 AI는 이전 구매 데이터 이력을 토대로, 네이버 생성형 AI '큐'는 요리 메뉴에 따라 장바구니를 자동으로 구성해 준다. 제타·큐 캡처

AI가 직접 장바구니를 채워주기도 한다. 롯데마트 '제타' 애플리케이션(앱)은 이전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 상품을 골라 장바구니를 완성한다. 장보기 전에 목록을 정리하지 않아도 AI가 최적의 조합을 제안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 상품을 추려주기도 한다. 네이버 생성형 AI '큐'는 요리 메뉴에 맞는 재료를 주문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잡채 레시피 알려줘. 재료도 구매할게"라고 하면, 주문 가능한 품목이 많은 매장을 찾아 장바구니를 구성한다.

삼겹살 지방 비율·밀도까지 AI가 선별

5월 경북 성주시에 있는 롯데마트 유통센터에서 AI 선별 장비가 참외를 검수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품질 관리에서도 AI는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마트는 AI를 도입해 멜론, 사과, 수박, 참외 등 과일 9종의 당도와 수분 함량을 판별한다. 덕분에 불량품 비율이 0.01%로 줄었다. 삼겹살도 AI가 지방 비율과 밀도를 분석해 최적의 균형을 갖춘 상품을 매대에 올린다. 컬리 역시 물류센터에 AI 선별기를 도입해 검수 정확도를 높였고, 시간도 5분의 1 이상 단축했다.

마케팅 방식도 급변했다. 현대백화점 '루이스'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엔진을 사용한 AI 카피라이팅 시스템으로, 브랜드 이름과 키워드를 입력하면 적절한 문구를 생성해 준다. 마케팅 대상 연령대에 맞춰 특정 세대가 자주 쓰는 어투도 넣는다. 외부 전문가와 소통해 초안을 도출하는 데 2주가량 걸렸던 업무 시간이 AI 도입 이후 평균 3, 4시간으로 줄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마트 돌아다니는 피지컬 AI 등장 예고



AI는 대화창을 넘어 물리적 공간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음성 인식 로봇이 매장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고 쇼핑 전 과정을 비서처럼 안내하는 미래가 구체화하는 것이다. 커넥트현대 청주점에서는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를 구축한 AI를 시범 운영 중이다. 김성호 현대백화점 아이랩팀 책임은 "음성 인식을 넘어 향후 실제 매장 내부를 돌아다니는 피지컬 AI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초개인화'다. 매장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연동해 AI가 실시간 상황을 반영한 쇼핑을 하는 것이다. 가령 IoT 냉장고에서 우유가 떨어졌다는 정보를 받은 AI가 소비자에게 우유 구매를 유도하거나, 소비자 대신 주문할 수 있다. 채경희 롯데마트 AI TF팀장은 "매장 내 상품, 설비, 동선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미래에는 물리 공간과 디지털 정보가 통합된 매장에서 AI 비서와 함께 몰입형 쇼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