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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행액 3000억달러 돌파
‘지니어스 액트’ 발효 땐 급성장
금융 인프라로서 다양한 시너지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이 3000억달러(437조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80%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의 우호적인 규제 환경과 인공지능(AI) 결제수단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오는 2030년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7일 NH투자증권이 발간한 '2026년 디지털자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은 전년동기대비 78% 증가한 3000억달러로 집계됐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나면서 발행사의 미국 국채 단기물 보유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인 서클(USDC)과 테더(USDT)의 미국채 보유량은 각각 217억달러, 1124억달러이다. 여기에 환매조건부채권(RP) 보유액까지 합치면 두 회사의 미국 단기 채권 투자 규모는 2000억달러에 육박한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당분간 스테이블코인 대량 발행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오는 2030년 말 기준 2조달러 수준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KB증권도 미국 정부의 공격적 전망치에 주목했다. 스테이블코인 육성 의지가 반영된 수치란 설명이다. KB증권 김지원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오는 2028년까지 약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시티그룹도 2030년 1조9000억달러에서 최대 4조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강세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세를 견인할 핵심 요인은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의 발효 시점이다. 지난 7월 통과된 이 법안이 내년에 발효되면 기존 발행사 이외에 다양한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지니어스 액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및 준비금 요건과 감독 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김 연구원은 "지니어스 액트는 은행뿐만 아니라 인가받은 비은행 기관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현금, 국채, 연준 예치금으로 전액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제도적 기반이 갖춰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인프라로서 다양한 분야와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핀테크, 실물자산토큰화(RWA), AI 에이전트 결제 등이 주요 활용 분야다. 홍 연구원은 "그동안 스테이블코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내년에는 금융 인프라로서 인접 분야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기존 금융의 역할을 대신하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네오뱅크(Neobank)'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코인베이스가 개발한 결제 표준인 'x402'가 대표적 사례다. x402 표준은 AI 에이전트가 유료 콘텐츠 등에 접근할 때 인간 개입 없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 결제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결제 및 RWA 섹터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다. 코빗 리서치가 기관 투자자 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3·4분기 크립토 펀드 운용 자금 규모는 2305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