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11월11일 07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연매출 30억원. 코스닥 상장사라면 상장 유지를 위해 지켜야 할 요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기술특례 상장사들은 해당 요건의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인수합병(M&A) 카드를 쓰는 경우가 많다. 타법인 인수 이후 대박과 쪽박을 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명운을 가른 결정적 요소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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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서 타법인 인수 이후 대박을 친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파미셀(005690)이 꼽힌다. 티앤알바이오팹(246710)도 지난해 말 화장품 기업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바로 매출이 급증하는 등 인수 효과가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파미셀의 경우 본업인 줄기세포 치료제보다 인수 이후 시작한 신사업이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바이오케미컬 사업부 매출이 97.8%일 정도다. 지난해 말부터는 저유전율 소재 공급이 증가하면서 최근 3년간 500억~600억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이 올해에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미셀의 바이오케미컬 사업부는 메톡시폴리에틸렌글리콜(mPEG), 뉴클레오시드(Nucleoside) 등 의약중간체, 전자소재, 친환경 인계난연제, 기타 산업용 정밀화학제품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진단키트의 원료인 뉴클레오시드가 활발하게 판매됐다면 최근에는 두산 전자BG에 저유전율 소재를 독점 공급하며 ‘엔디비아 관련주’로 거듭났다. 해당 소재는 엔비디아(NVIDIA)의 ‘블랙웰’(Blackwell)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동박적층판(CCL) 제조에 전량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인 파미셀이 아이디비켐을 인수한 시점은 2012년 12월이다. 파미셀의 경우 2011년 9월 코스피 상장사인 에프씨비투웰브와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했기 때문에 연매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이디비켐을 인수한 것은 아니다. 상장 전인 2011년 7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로부터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의 판매 허가를 받는 등 신약개발사로 성과도 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지난해 말 블리스팩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자마자 매분기 10억원대였던 매출이 올해 1분기 60억원, 2분기 6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티앤알바이오팹의 최근 3년간 연매출이 평균 5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분기 만에 연매출을 돌파한 셈이다. 올 상반기 블리스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2.8%에 달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블리스팩 인수가 양사에 윈윈(win-win)이 됐다고 보고 있다. 블리스팩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결국 티앤알바이오팹은 회생 신청을 하게 됐고, 올해 4월 티앤알바이오팹은 블리스팩 인수를 결정했다. 회생 절차 이후 블리스팩은 고객사와 납품 단가 재설정을 통해 적자 폭을 축소해갔다. 블리스팩의 올 상반기 매출은 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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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는 “티앤알바이오팹이 보유한 고유의 재생의료 기술을 화장품에 접목시키고, 블리스팩은 고유의 화장품 사업을 계속하면서 그 경계에서 만나는 요소들로 시너지를 내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며 “인수한 지 1년 정도 됐으니 이제부턴 좀 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 사업 법인 인수 후 부진한 사례도 부지기수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서 타법인 인수가 ‘대박’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흔치 않다. 특히 화장품 업체 인수 뒤 피인수법인의 실적이 부진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는 이종 사업간 결합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예를 들어 셀리버리는 물티슈 업체 ‘아진크린’ 인수 후 해당 법인을 화장품 기업으로 변경하고 사세 확장을 노렸으나 오히려 자본잠식에 빠져 상장폐지됐다. 셀리버리는 화장품 사업에 현금을 대대적으로 투입했지만 영업으로 인한 현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년 만에 현금성자산이 1132억원에서 17억원으로 급감했다.
유한양행(000100)도 2015년 화장품 사업 강화를 위해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온을 인수했지만 좀처럼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스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영이 악화되며 2022년 회생절차를 밟다 2023년 상장폐지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유한양행은 인수 10년 만에 코스온의 사명을 ‘유한코스메틱’으로 변경하며 새출발을 시도하고 있다.
대원제약(003220)은 티앤알바이오팹과 비슷하게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에스디생명공학(217480)을 인수했지만 에스디생명공학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난 5월 상장폐지 의결을 받았다. 화장품 사업 진출을 위한 인수가 대원제약의 성장동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 외 이종 사업을 인수한 경우도 결과가 신통치 않다. 셀리드(299660)의 경우 포베이커 인수 이후 관리종목 지정 회피에 성공했으나 법적 분쟁에 휘말렸고, 압타머사이언스(291650)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인터내셔널사이언티픽스탠다드(ISS)를 인수했지만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 12억원으로 연매출 30억원 요건을 채우기엔 미진한 상태다.
이종 사업 결합 성패 가르는 요인은?
그렇다면 이처럼 제약·바이오업계의 이종 사업 기업 인수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뭘까? 업계에서는 △M&A 목적의 타당성 △기술적 접점 △인수 후 통합(PMI) 역량 등이 중요한 요소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파미셀 같은 경우를 보면 ‘생존형 M&A’가 아니라 ‘사업 확장형 M&A’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파미셀의 경우 ‘줄기세포→화학→반도체’로 이어지는 기술 다각화에 성공한 사례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수 목적이 단순히 매출 보완에 치중돼 있는 경우 핵심 사업과 연결고리가 불분명해지면서 시너지 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종 사업 간 결합이 성공하려면 기술적 접점이 있어야 하는데 티앤알바이오팹의 경우 재생의료와 코스메틱 사이에 기술적 연결고리가 있었다. 창상피복재 제조 기술을 화장품용 필름제형으로 활용하는 것은 공정적 유사성이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조직 문화 특성상 소비재 사업인 화장품 사업과 문화가 완전히 달라 통합 속도가 느릴 수 있다”며 “인수 후 통합 관리가 잘 안 될 경우 핵심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거나 현금 유출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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