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유명 운동복 브랜드 ‘안다르’ 창업자의 남편이자 과거 사내이사를 지냈던 오모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오씨는 북한 해커 조직과 불법 거래를 한 혐의로 넘겨진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 13일 법정 구속됐다.
오씨가 북한 해커와 거래를 하게 된 배경엔 ‘불법 사설 서버’가 있었다. 그는 2014~2015년 인기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사설 서버를 운영하면서 보안 프로그램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북한 해커에게 2380만원을 주고 해킹 프로그램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 서버가 대체 무엇이길래, 오씨는 2025년에 국가보안법 사범이 된 것일까.
사설 서버는 일종의 가짜 게임장이다. 게임사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서버에서 실행되는 게임과 달리, 제3자가 별도의 서버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을 가리킨다. 게임 데이터를 복사하거나 해킹하는 등 수법이 주로 활용된다. 게이머 사이에선 ‘프리 서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당연히 불법이다.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자 영업 방해다. 디즈니랜드를 베껴 짝퉁 놀이공원을 만들어 영업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사설 서버를 만드는 목적은 물론 돈이다. 운영자는 이용자에게 운영비를 받거나 무한대로 찍어낸 게임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후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이용자들에게 과금을 유도하기도 한다. 지난달 사설 서버 운영자인 30대 남성이 구속됐는데, 그가 6개월 만에 올린 수익은 2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용자라고 사설 서버가 가짜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혹에 넘어가는 이유는 사설 서버에서 공식 서버보다 아이템을 더 쉽게 얻고 레벨 올리기도 훨씬 간단해서다. 공식 서버에선 특정 레벨에 도달하기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리지만 사설 서버에서는 며칠이면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사설 서버가 불법 도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공식 서버의 확률형 아이템(정해진 가격 대신 무작위 뽑기로 아이템을 지급하는 것)은 확률 표기 등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과 달리 사설 서버에선 아이템의 확률을 운영자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아이템 환금성이 공식 서버보다 높고 그만큼 중독성도 강하다. 이용자들은 예고 없는 서버 종료나 각종 사기 등 피해에도 노출돼 있다.
게임 업계는 이미 수십년간 사설 서버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경찰과 공조하는 등 사설 서버 뿌리 뽑기에 나섰지만 근절은 쉽지 않다. 서버가 해외에 있거나 운영 조직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 역시 사설 서버 성행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5년간 적발된 불법 사설 서버가 17만7100건에 달하지만 형사처벌은 61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나마도 56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게임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5’가 열린 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불법 사설 서버 문제를 조명하는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사설 서버로 인한 연간 추정 전환 매출 손실액(이용자가 불법 서버 대신 정식 게임을 했다면 벌었을 돈)이 3167억에 달한다는 서울시립대 손혜림 교수의 지적이 나왔다.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현행 제도가 불법을 유인하는 측면이 있다. 불법적 행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처벌로 무효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법 개정과 함께 업계 및 이용자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다르 창업자 남편, 북한 해커에 수천만원 송금···국보법 위반 구속
유명 운동복 의류업체 창업자의 남편이자 과거 사내이사직을 맡았던 오모씨(39)가 북한 해커 조직과 불법 거래를 한 혐의로 넘겨진 항소심 재판에서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반정우)는 지난 13일 국가보안법 위반(편의제공, 회합·통신 등)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151436001
검찰, ‘리니지’ 불법 서버에 도박장 열어 97억원 챙긴 일당 기소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이용한 불법 도박장을 열어 수익금을 암호화폐로 세탁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진승)는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저작권법·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A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를 비롯한 7명은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9만...
https://www.khan.co.kr/article/2022012018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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