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조기에 빨래를 넣고 있다.[123rf]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거의 매일 쓰는데, 전혀 몰랐다”
최근 몇 년 새 판매량이 급증하며, 가구 내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가전제품. 순식간에 빨래를 바싹 말려주는 ‘건조기’다.
특히 강수량이 늘고, 미세먼지의 위협이 커지는 등 맑은 날이 줄어들며 건조기의 장점은 극대화되고 있다. 건조기를 산 이후 빨래 주기가 크게 줄었다는 가구도 적지 않다.
문제는 건조기 사용이 인체 건강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 고열 건조 과정에서 옷이 손상되며 발생하는 미세한 섬유 조각, 일명 ‘미세플라스틱’이 그 범인이다.
건조기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은 바람을 타고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 이후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까지 플라스틱이 유입된다.
심지어 우리 몸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배출되지 않고 축적된다. 이에 따라 호흡기 및 심혈관계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까지 작용한다.
| 서울의 한 코인세탁소에 설치된 건조기. 김광우 기자. |
미국 환경단체 ‘리그 투 레이크 타호(타호호 보존 연맹)’와 미국 네바다주 DRI 공동연구팀이 일반 가정의 건조기 배출구에서 나오는 섬유를 수집·분석한 결과, 건조기를 한 번 가동할 때마다 평균 138㎎의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38㎎을 개수로 환산하면 최대 수백만개 수준. 건조기를 한 번 사용하는 것 뿐인데, 어마어마한 수의 미세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실제 미국 내 약 8200만대의 전기 건조기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약 3543톤의 미세플라스틱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 미세플라스틱.[헤럴드DB] |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의미한다. 옷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이유는 보편적인 섬유 재질이 석유 기반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는 탓. 건조기가 고열로 옷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손상을 일으키며 생성된다.
물론 건조기에는 각종 이물질을 걸러내는 ‘필터’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쉽사리 잡지 못한다. 일반적인 섬유 찌꺼기나 먼지와 비교해 더 가늘고 짧은 형태를 가진 탓이다. 필터에 걸러지지 않은 미세플라스틱은 공기나 물로 배출된다.
| 건조기.[123rf] |
특히 공기 배출구가 있는 배기식 건조기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위험성이 더 크다. 건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공기에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되기 때문이다. 건조 후 공기 중을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호흡 과정을 통해 우리 신체로 유입된다.
특히 호흡기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분해되거나 방출되지 않고, 신체 내에 누적된다. 이후 호흡기는 물론 심혈관계 등 각종 인체 조직에 악영향을 준다. 심지어 면역체계와 호르몬 작용에 혼란을 줘, 각종 염증이나 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서울의 한 코인세탁소에 설치된 세탁기. 김광우 기자. |
특히 최근 건조기 보급률이 급속도로 높아지며, 우리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12%에 머물렀던 국내 건조기 보급률은 2023년 기준 35%까지 늘어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세먼지, 황사 등 환경 요인과 함께, 빨래 과정에서 번거로움을 줄이려는 생활 습관의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업체들 또한 가정용 건조기 제품을 꾸준히 개발 및 출시하며, 보급률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 세탁 바구니에 쌓인 빨래 더미.[독자 제공] |
심지어 건조기는 높은 탄소배출량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가전제품. 1회 사용하는 데만 해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0개 이상을 생산·폐기하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초래한다. 뜨거운 열을 발생시켜야 하는 건조기의 특성상, 전기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외 가전제품 기업에서는 건조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낼 수 있는 제품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한 번 생성된 미세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고, 토양·해양 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최대한 자연 건조를 추구하는 습관과 함께 건조기 사용 주기를 늘리는 방식의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DRI 연구팀은 “옷 자연 건조와 같은 작은 행동 변화 하나하나가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고,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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