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도 전력난…AI 첨단무기 가로막는다
무기 제조도 데이터센터 필수인데
원전 등 기저발전원 아직 못 정해
경남 창원에 있는 '한국형 잠수함' 전용 육상기반시험설비(LBTS) 전경. 한국전기연구원 제공지난달 말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진수한 국산 첫 3600t급 잠수함(장보고 Ⅲ-배치Ⅱ-1번함) 장영실함. 재래식 잠수함으로 역대 최고 성능을 갖춘 이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육상기반시험설비(LBTS)가 필수다. 심해에서 30년가량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의 대형 모터 성능을 땅 위에서 검증하는 첨단 설비다. 글로벌 기업 중 제너럴일렉트릭(GE) 정도만 보유하고 있고 국내에는 경남 창원에 단 한 개 있다.
창원 LBTS의 전기 소모량은 중대형 아파트 단지 한 곳(약 1000가구)이 쓰는 6메가와트(㎿)다. 한국이 앞으로 미국 추인 아래 핵추진 잠수함을 국내에서 건조한 뒤 전력화하려면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LBTS가 다수 필요하다. 18일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상정 등 함정의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미래 전쟁에 대비하려면 군 전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원전 등 확실한 기저 발전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전력 공급 청사진은 이런 업계의 수요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 비중을 상당량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공장이 자리한 경기 이천시가 올해 3분기까지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 중량은 65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대당 1.5㎿급 용량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십 대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그룹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 2.9GW에서 2050년 4.6GW로 1.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탄소 배출원인 용광로를 수소환원제철 체제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폭증하는 인공지능(AI)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무탄소 기저 에너지원은 아직 원전밖에 없다는 게 주요국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현재(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발전량 기준 전원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이 31%로 같고 LNG(27%), 신재생(10%) 순이다. 1GW짜리 원전은 연간 약 80억㎾h를 생산할 수 있어 동일 규모의 풍력(20억~30억㎾h), 태양광(13억~18억㎾h) 설비보다 단위 시간당 생산량이 월등하다.각종 제조 시설이 몰린 경기도의 전력망은 포화 상태다. 1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 있는 모든 변전소를 합쳐도 반도체 제조 공장 등의 추가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시에 새 반도체 공장 6기를 건립할 예정이다. 2028년께 공사에 착수해 첫 가동은 2031년으로 예상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한창인 SK하이닉스는 4기의 신규 공장을 짓는다. 첨단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가 최대 500㎿인 것을 고려하면 용인에 새로 생기는 10개 공장에만 대형 원전 5개 수준인 5GW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이천시에 직수입된 발전용 LNG 중량은 총 65만t에 달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심장인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내 570㎿ 규모의 LNG발전소로 향한다. 이 발전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풀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8년부터 용인 클러스터에서 신규 공장 건축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지역에서 늘어날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GW 규모의 LNG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기저 전원 확보 방식과 전력망 구성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는 2038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대형 원전 2~3기 상당인 3GW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1기 건립에 최소 15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지어도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재생 우선’ 원칙을 내세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제11차 전기본에 명시된 2.8GW급 대형 원전 2기 건립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철강, 중공업, 석유화학 등 한국의 제조업 근간이 ‘전기화(electrification)’하고 있는 것도 기저 전원이 시급한 이유다. 포스코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 약 2.9GW에서 2050년 4.6GW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탄소 감축 압력이 커지면서 석탄을 태워 쇳물을 생산하는 기존 고로 방식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환원하는 공정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환원, 예열, 수소 생산, 전기 아크로 제강 등 핵심 공정 모든 단계에서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그간 제철소는 고로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로 필요 전력의 80% 이상을 자체 충당해 왔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 체제에서는 부생가스가 나오지 않아 전력을 외부 계통에서 대부분 조달해야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은 전력다소비 공정의 총집합”이라며 “전력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핵심 공정인 스팀 크래커(열분해)는 전기 가열로를 도입하면 전력 수요가 기존 대비 19배 이상으로 급증한다. 전통적 스팀 크래커의 에너지 소모량은 t당 약 0.25㎿h지만 전기식으로 전환할 경우 4.8㎿h로 늘어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력미래정책연구소장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재생 중심 전략은 유연성이 낮다”며 “(크고 작은) 원전 설비까지 늘려나가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기 제조도 데이터센터 필수인데
원전 등 기저발전원 아직 못 정해
창원 LBTS의 전기 소모량은 중대형 아파트 단지 한 곳(약 1000가구)이 쓰는 6메가와트(㎿)다. 한국이 앞으로 미국 추인 아래 핵추진 잠수함을 국내에서 건조한 뒤 전력화하려면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LBTS가 다수 필요하다. 18일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상정 등 함정의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미래 전쟁에 대비하려면 군 전용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서는 원전 등 확실한 기저 발전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전력 공급 청사진은 이런 업계의 수요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 비중을 상당량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폭증하는 인공지능(AI)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무탄소 기저 에너지원은 아직 원전밖에 없다는 게 주요국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현재(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발전량 기준 전원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이 31%로 같고 LNG(27%), 신재생(10%) 순이다. 1GW짜리 원전은 연간 약 80억㎾h를 생산할 수 있어 동일 규모의 풍력(20억~30억㎾h), 태양광(13억~18억㎾h) 설비보다 단위 시간당 생산량이 월등하다.각종 제조 시설이 몰린 경기도의 전력망은 포화 상태다. 18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 있는 모든 변전소를 합쳐도 반도체 제조 공장 등의 추가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시에 새 반도체 공장 6기를 건립할 예정이다. 2028년께 공사에 착수해 첫 가동은 2031년으로 예상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한창인 SK하이닉스는 4기의 신규 공장을 짓는다. 첨단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요가 최대 500㎿인 것을 고려하면 용인에 새로 생기는 10개 공장에만 대형 원전 5개 수준인 5GW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이천시에 직수입된 발전용 LNG 중량은 총 65만t에 달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심장인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내 570㎿ 규모의 LNG발전소로 향한다. 이 발전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풀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8년부터 용인 클러스터에서 신규 공장 건축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지역에서 늘어날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GW 규모의 LNG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기저 전원 확보 방식과 전력망 구성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는 2038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대형 원전 2~3기 상당인 3GW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1기 건립에 최소 15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지어도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재생 우선’ 원칙을 내세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제11차 전기본에 명시된 2.8GW급 대형 원전 2기 건립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철강, 중공업, 석유화학 등 한국의 제조업 근간이 ‘전기화(electrification)’하고 있는 것도 기저 전원이 시급한 이유다. 포스코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 약 2.9GW에서 2050년 4.6GW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탄소 감축 압력이 커지면서 석탄을 태워 쇳물을 생산하는 기존 고로 방식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환원하는 공정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환원, 예열, 수소 생산, 전기 아크로 제강 등 핵심 공정 모든 단계에서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그간 제철소는 고로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로 필요 전력의 80% 이상을 자체 충당해 왔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 체제에서는 부생가스가 나오지 않아 전력을 외부 계통에서 대부분 조달해야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은 전력다소비 공정의 총집합”이라며 “전력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핵심 공정인 스팀 크래커(열분해)는 전기 가열로를 도입하면 전력 수요가 기존 대비 19배 이상으로 급증한다. 전통적 스팀 크래커의 에너지 소모량은 t당 약 0.25㎿h지만 전기식으로 전환할 경우 4.8㎿h로 늘어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력미래정책연구소장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재생 중심 전략은 유연성이 낮다”며 “(크고 작은) 원전 설비까지 늘려나가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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