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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AI를 단순한 대화형 도구에서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새로운 직원’ 역할로 확장하며 기업용 AI 시장 판을 다시 짜고 있다. 기업 내부에 수십 개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돌아가는 시대에 대비해 이들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해법도 내놨다.

MS가 공개한 ‘에이전트 365’ 관리 화면. 기업 내부에 배치된 AI 에이전트의 수, 사용 현황, 위험 요소, 인기 에이전트 등 전반적인 운영 지표를 한번에 볼 수 있다. 사진 MS


무슨 일이야

MS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연례 기술 컨퍼런스 이그나이트를 열고 기업 안에서 일하는 모든 AI를 사람처럼 관리하는 시스템 ‘에이전트 365’를 공개했다. 그동안 기업에서는 부서별로 챗봇과 자동화 스크립트(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하는 프로그램)를 따로 만들어 쓰다 보니, 어떤 AI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해 무슨 일을 하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에이전트 365는 이런 흩어진 AI들을 한눈에 관리하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AI의 등록부터 권한 부여·행동 기록·보안·컴플라이언스까지 통합 관리하는 ‘에이전트 관리 운영체제(OS)’에 가깝다. AI도 인간 직원처럼 관리·거버넌스의 대상이 되는 것. 에이전트 365는 개별 에이전트의 역할, 권한, 활동 기록을 직원 관리하듯 한눈에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관리자용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이게 왜 중요해

AI에이전트 365의 등장은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AI 에이전트 관리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AI 기업들은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들고, 누가 그 모델을 더 잘 제품화하냐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모델의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 상향평준화된 데다, 기업 내부에서 실제 일을 처리하는 주체가 모델 자체가 아니라 에이전트로 이동하면서 경쟁의 장도 달라지고 있다. 기업 내부에 배치될 수십~수백 개 AI 에이전트를 잘 운영하는 게 기업용 AI 시장의 새로운 경쟁력이 된 것.

MS는 AI 에이전트를 인간 직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리해 업무를 실제로 처리하는 ‘동료’로 만들 계획이다. 프랭크 쇼 MS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AI는 제품 개발의 마지막에 살짝 붙이는 부가 기능이나 장식이 아니”라며 “기획부터 개발·보안·운영까지 제품과 조직의 구조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기반 기술”이라고 말했다.



더 바뀌는 것은

직장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 같은 오피스 앱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각 앱에 전용 에이전트를 투입한다. 사용자가 워드·엑셀·파워포인트 안의 에이전트 창에 자연어로 목표를 입력하면 AI가 초안을 자동 생성해 주는 식.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전략 보고서 정리해줘”, “프로젝트 계획표 만들고 싶어”처럼 말하면 에이전트가 몇 가지 추가 질문 후 초안을 만들어준다.

협업 플랫폼 팀즈의 에이전트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통해 외부 도구·커뮤니티와도 바로 연결된다. MCP란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이 같은 언어로 대화하도록 만든 표준이다. 사용자가 “이번 출시에서 위험 요소가 뭐야?”라고 물으면, AI 에이전트가 MCP를 이용해 다른 업무툴에 접속해 관련 이슈를 불러와 팀원들과 논의할 수 있게 해준다. 아웃룩에서는 읽지 않은 메일을 음성으로 요약해 듣고, 답장 초안을 만들거나 삭제·보관 등을 지시할 수 있다. “○○과 회의 잡아줘”라고 하면 가능한 시간을 찾고 회의실을 잡아 초대장을 보내는 기능까지 들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에서 AI 에이전트가 깃허브(GitHub)와 연동해 프로젝트 이슈를 자동으로 불러와 요약해주는 모습. 사용자가 채팅창에 요청을 입력하면 에이전트가 필요한 권한을 확인한 뒤 관련 데이터를 조회해 바로 결과를 제시한다. 사진 MS

모든 변화의 핵심은 MS가 이번에 새로 제시한 ‘워크 IQ(Work IQ)’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파일, 메일, 회의, 작업 습관 등을 파악해 AI가 사람마다 필요한 방식으로 더 정확하게 도와주도록 만드는 일종의 ‘개인 맞춤 엔진’이다. 쇼 CCO는 “워크 IQ는 코파일럿과 AI 에이전트가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인사이트와 다음 행동을 자연스럽게 제안할 수 있게 만드는 기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