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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시애틀 MS 본사에서 개최된 사이버 보안 캠퍼스 투어에서 데이비드 웨스턴 MS 부사장(왼쪽부터), 조이 칙 MS 사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원호섭 기자]회사에서 엑셀 파일을 열어 매출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은 많은 직장인에게 익숙한 작업이다. 월별 매출표를 받아 ‘지난달 대비 성장률을 계산해 차트를 만들어 달라’는 업무 지시가 떨어지면 함수와 차트를 직접 만들고 레이아웃까지 손봐야 한다. 엑셀에 서투른 직장인에게는 보고서 하나 만드는 일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격 공개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생태계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제 엑셀 파일을 열 필요도 없다. 코파일럿 에이전트에 “지난달 매출이 떨어진 품목을 찾아 원인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AI가 파일을 열고 데이터를 읽어 차트와 설명까지 붙여 보고서를 자동 생성한다. 이젠 나 대신 엑셀 파일을 만들어주는 ‘AI 보조’가 생긴 셈이다.

MS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2025’에서 전 제품군을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히 코파일럿 기능을 보강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디지털 업무 환경 자체를 ‘AI 에이전트 중심 운영체제(Agentic OS)’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윈도로 OS 시장을 장악한 MS가 AI 시대에는 ‘에이전트 플랫폼’ 주도권까지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일상적인 오피스 작업에서 체감된다. 엑셀뿐 아니라 파워포인트에서도 “고객 제안서를 10페이지로 만들어줘”라고 지시하면 기본 구조와 초안이 자동 생성되고, “4페이지를 더 간단하게 바꿔줘” 같은 자연어 수정도 가능하다. 협업 플랫폼 팀스에는 회의 흐름과 시간을 관리하는 ‘AI 진행자(Facilitator)’가 탑재돼 늦게 들어온 참석자에게 이전 논의를 요약해 전달한다. 아웃룩과 코파일럿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오늘 중요한 일정 3개만 알려줘”, “놓친 회의 요약해줘” 같은 음성 명령을 처리한다.

기업 데이터 분석 도구 ‘패브릭 IQ’도 에이전트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과거 항공편에 지연이 생기면 직원이 직접 지연 원인을 확인하고 환승 시간이 부족한 승객을 찾아 재예약을 해야 했다. 하지만 패브릭 IQ에서는 AI가 이런 업무를 먼저 수행한다. 직원이 “파리행 항공편 지연율이 10%를 넘으면 환승이 어려운 승객을 자동 재예약하고 승무원에게 알려줘”라는 규칙만 설정해 두면, 에이전트가 실시간 감지·판단·실행까지 맡는다. 사람이 화면을 보며 조치하던 업무 구조가 ‘AI 선(先)실행’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늘어나면 관리와 보안 역시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MS는 모든 AI 에이전트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에이전트 365(Agent 365)’를 공개했다. 회사는 에이전트를 직원 명단처럼 등록해 누가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등록되지 않은 에이전트는 자동 차단된다. 각 에이전트가 접근할 수 있는 파일과 시스템 권한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

패브릭 IQ, 파운드리 IQ, 에이전트 365가 본격 가동되면서 각 부서에 직무 특화 에이전트를 배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영업 에이전트는 고객 정보를 조사하고 맞춤형 이메일을 작성하며 후속 연락까지 처리한다. 인사와 학습, 조직 관리 지원을 위한 전용 에이전트도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달부터 점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고용 불안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MS는 기술 도입 목적이 인력 감축이 아니라 ‘업무 재배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복적이고 정밀성이 요구되는 작업을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하면 직원들은 더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MS는 “이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이 사후 대응에서 실시간 체계로 전환되고, 조직 운영이 자동으로 최적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