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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추.[쿠팡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차라리 소고기를 사 먹겠다”

샐러드, 샌드위치 등 다수 음식의 필수 재료인 ‘양상추’. 어느 음식점을 가도 보이는 가장 흔한 채소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양상추가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서 책정된 가격만 한 통에 1만원 내외. 웬만한 고기보다 비싼 수준이다.

당장 이달 초만 해도 절반 가격이었던 양상추가 비싸진 원인은 ‘기후변화’. 늦게까지 이어진 폭염에 더해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치며 수확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햄버거 프랜차이즈 등 양상추 사용이 많은 음식점들은 양상추 사용량을 줄이고, 여타 채소를 혼용하는 등 방안을 찾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채소 수급난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것. 계절을 막론하고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며, 날씨 전망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양상추밭에서 한 농민이 밭작물 관리를 하고 있다.[연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매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전국 도매시장 기준 양상추 평균 가격은 4718원으로 10월(2661원)과 비교해 7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 평균 가격(1246원)과 비교하면 3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그야말로 가격 폭등. 지난 7일에는 1kg당 가격이 5996원으로 책정돼 6000원 문턱을 두드리기도 했다. 물론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소매 가격은 더 치솟았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200g 기준 양상추 한 통의 가격이 1만원 내외로 책정된 상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양상추. 가격이 1만원 내외로 책정돼 있다.[쿠팡 홈페이지 갈무리]


양상추 가격 폭등의 배경은 기후변화로 인해 급변하는 날씨. 양상추는 15도에서 20도 사이 서늘한 온도에서 가장 적합한 생육 환경을 가진 채소다. 적당한 추위도 잘 버티는 탓에, 봄과 가을 날씨에는 노지(지붕으로 덮지 않은 땅) 재배가 이뤄진다.

그런데 최근 겨울을 방불케 하는 한파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실제 지난 18일 서울의 기온은 하루 만에 10도 이상 떨어지며, 올가을 첫 영하권을 기록했다. 강원과 충북, 영남 등 일부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며 전국적인 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충남 서산 주민이 비가 그친 틈을 타 집으로 돌아와 논밭을 정리하고 있다.[연합]


추위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양상추는 고온과 습도에 예민한 작물이다. 그런데 이번 가을철에는 뒤늦은 장마가 찾아오며,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했다. 여름에는 극단적 폭염이 장기화하며 양상추 수급을 방해했다. 그렇지 않아도 양상추 재배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파까지 닥치며 사실상 생산이 멈춰버린 것.

이에 다수 외식업체 또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요리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채소 중 하나가 ‘금값’이 됐기 때문. 실제 한 대형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에서는 양상추가 대량 사용되는 샐러드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일부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채소로, 양배추와 양상추를 혼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서울 한 음식점의 샐러드. 양상추 대신 다른 채소가 들어 있다. 김광우 기자.


서울 광화문에서 샐러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이달 들어서는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갑작스럽게 가격이 치솟은 상황”이라며 “샐러드 판매를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양상추 대신 다른 채소들을 많이 넣고, 손님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 사례가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김장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배추가 작황 부진을 겪으며 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고랭지의 경우 여름에도 25도 이하 기온이 유지되지만, 올해 극단적 폭염으로 인해 30도 육박하는 더위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일각에서는 채소를 포함한 각종 작물의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이 생활 물가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식량 자급률이 절반 이하인 상태로, 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싱크탱크 오토노미 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기후변화가 전 세계 주요 농산물 생산지에 극단적 기상현상을 일으키며, 2050년까지 식료품 가격이 최대 34%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적정 수준에 그치더라도,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양상추 샐러드.[게티이미지뱅크]


미래의 일도 아니다. 한국은행은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슈 노트를 통해 2020년 이후 이상기후가 산업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물가 상승을 유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3년 이후 이상기후 충격이 물가 상승에 총 1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장기적으로 기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면 물가 상승 수준이 기조적으로 높아지면서, 물가 불안심리가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국내 기후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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