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은 가운데 거버넌스의 향방을 추적합니다.
외풍으로 낙마한 디지코 설계자
실제로 발표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으나 부당한 관행을 통해 지대를 추구하는 카르텔 세력의 저항이 있다"며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KT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시민단체는 윤 전 사장과 구 전 대표를 보은투자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전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되더라도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결국 그는 주총을 9일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그는 올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윤 전 사장은 "대표 후보로 선정된 직후 이름도 모르는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졌고 다음날 검찰이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이 전달됐다. 매우 억울했으며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신사업 전문성·내부출신 강점
윤 전 사장은 구 전 대표 체제에서 디지털 플랫폼인 '디지코' 전략을 실질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KT의 주요 신사업과 외부 동맹을 주도했다.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데이콤에서 경력을 시작해 하나로텔레콤을 거쳐 2006년 KT로 옮겼다.
2021년 구 전 대표의 영입으로 KT에 재입사해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이끌었다. 디지코 전략을 총괄하며 그룹 내 신사업 기획과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했다. CJ ENM의 KT스튜디오지니 1000억원 투자, 현대차와의 7500억원 규모 지분교환 등 주요 파트너십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2023년 CEO 후보 당시에는 '디지AI'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전환 사업을 중심에 두겠다는 구상이었다.
윤 전 사장은 KT뿐 아니라 CJ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핵심 전략 업무를 맡으며 미디어·모빌리티 등 다방면의 사업 경험을 쌓았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CJ그룹에 몸담았다. CJ헬로비전(현재 LG헬러비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과 지주사 기획팀장 및 경영연구소 부사장을 거쳤다.
2014년 KT로 복귀해서는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부사장으로 5년간 신사업을 주도했다.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내기도 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현대차그룹에서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과 서비스형운송(TaaS)사업부장 부사장을 맡아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었다.
2023년과 달리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정치 환경이 바뀌면서 윤 전 사장에게 명예회복의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싱크 탱크에 합류한 이력이 있다. 정권교체 이후 정치권 영향력이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공모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며 "KT 내부에도 충분히 역량 있는 후보들이 많다"며 "내부 인재가 선택될 때 KT의 지배구조는 비로소 단단해진다"고 밝혔다. 윤 전 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본시장은 윤 전 사장의 디지코 연속성에 기대를 표출하고 있다. 긍정적 시각에서는 구 전 대표 시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디지코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후보 중 가장 높고 신사업 실적이 검증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KT 내부 출신으로 조직 이해도가 높고 해킹 사태로 무너진 기강을 바로잡는 데에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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