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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MS·엔비디아 3사
투자·구매 '고리형 자금흐름'
실질적 수익성개선은 미지수
인프라만 키우는 '속 빈 강정'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의 로고. EPA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과잉투자로 인한 거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4거래일째 하락했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19일 0.61% 떨어졌다. AI 거품 논란 배경에는 미국 AI 빅테크 간 이른바 '순환거래'가 있다.

이런 가운데 18일(현지시간) 또 굵직한 순환거래 발표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앤스로픽은 3사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발표했다.

앤스로픽은 MS의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300억달러(약 44조원) 상당을 구매해 컴퓨팅 용량을 최대 1GW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컴퓨팅 용량에는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 '베라 루빈' 칩이 공급된다.

앤스로픽에 대한 투자도 이번 협약에 포함됐다. MS는 50억 달러를 앤스로픽에 투자한다. 엔비디아도 앤스로픽에 100억달러를 투자한다. 결국 앤스로픽은 엔비디아와 MS에서 투자받고, 이 투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칩을 장착한 MS의 클라우드를 구매하는 이른바 '순환 거래' 계약을 맺은 셈이다.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또 제품(서비스)을 구매하는 품앗이 거래다.

순환거래는 표면상으로는 전략적 협력으로 보일 수 있다. MS는 앤스로픽의 생성형 AI 모델 '클로드'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에게 제공하고, 앤스로픽은 MS 인프라 및 앤스로픽 칩을 활용해 모델 학습과 서비스 확장을 꾀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러한 거래 이면에는 '투자→구매→투자'가 반복되는 고리형 자금흐름이 존재하며, 이러한 구조가 현 단계에서 이익 창출이나 미래 수익 전망과는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AI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AI 관련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이 핵심이다. 이번 제휴 발표가 거품 논란을 더욱 자극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순환거래가 외부 수요나 실제 수익 창출보다 내부 간 거래에 의존하는 흐름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예컨대 칩 제조사 엔비디아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해당 스타트업이 다시 엔비디아 칩을 대량 구매하는 구조다. 이런 거래는 겉으로 보면 매출 증가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외부 고객 수요 확대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미지수다.

또 기업들이 서로의 리스크에 묶이면서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꼽는다. 어느 한 기업 또는 어느 한 고리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드러날 경우, 연결된 투자·구매 네트워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순환 거래는 매출이나 이익이라기보다 서로의 지분을 맞대고, 역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맞바꾸는 거래다. 이 같은 내부 고리형 거래는 외부 수요 확대 없이 서로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비칠 수 있다.

AI 업계의 순환거래는 이뿐이 아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코어위브(CoreWeave) 등 이른바 '네오클라우드'(neocloud) 기업들이 엔비디아 담보 대출로 대량의 GPU를 구매하고 동시에 엔비디아와 투자·제휴 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즉, 엔비디아가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코어위브 같은 기업이 다시 그 칩을 구매하거나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순환 거래다.

AI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순환거래가 일어나는 원인을 대규모 컴퓨팅 파워 확보 경쟁에서 찾고 있다. AI 인프라와 생성형 AI 모델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누가 먼저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느냐'가 현재 AI 기업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칩 제조사·클라우드 제공사·AI 모델 개발사가 서로 제휴해 자금을 주고받으며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빠른 전략이다. 이러한 대규모 거래를 보면서 투자자들도 기대를 키우고 있는 것이 작금의 AI 거품 논란의 배경이다.

문제는 이러한 막대한 투자가 아직 그에 걸맞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구축과 모델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는 수조 달러에 이르나, 실제 수익은 그보다 훨씬 적으며 수익성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자본 투입 속도에 비해 고객 수요와 매출 발생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순환거래 구조에서는 기업의 실제 경쟁력이 확인되지 않는다. 서로 투자와 매출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수치에 가려진 속을 들여다 볼 수 없게 만든다. 금융시장에서 "AI 순환거래가 거품을 부풀리고 있다"는 시각은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아무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얼마 전 오픈AI 샘 올트먼 CEO는 기자회견에서 이를 의식해 지금은 '투자의 시기이지 수익은 다음'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심지어 그는 "AI는 끝까지 가봐야 한다"며 지속적인 투자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결국 투자로부터 실제 매출이 얼마나, 언제쯤 가시화되느냐가 거품이 터지느냐 마느냐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