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확산에 기업들 신입 채용 줄여
학위보다 기술 능력 가진 인재 선호
한국 기업, AI 인력 연봉 프리미엄 최고
재교육은 늘지만 준비 부족 드러나
학위보다 기술 능력 가진 인재 선호
한국 기업, AI 인력 연봉 프리미엄 최고
재교육은 늘지만 준비 부족 드러나
글로벌 HR 플랫폼 딜(Deel)이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뢰해 발표한 ‘글로벌 인력 구조에서 AI의 역할’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6%는 향후 신입사원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이 같은 변화는 AI가 노동시장 구조를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한국,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22개국의 비즈니스 리더 5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참여 기업의 70%는 이미 AI를 IT, 고객 서비스, 공급망, 마케팅, 인사, 재무 등 핵심 운영에 통합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통신(76%), 은행(72%), 기술(72%), 금융시장(71%) 등 주요 산업 전반으로 AI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응답 기업의 99%는 AI를 도입한 상태였고, 70%는 파일럿 단계를 넘어 전면 통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I 도입 과정에는 여러 병목이 존재했다. 22개 시장 중 13곳에서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이 가장 큰 과제로 지목됐고, 홍콩(55%), 멕시코(54%), 싱가포르(53%), 뉴질랜드(52%), 미국(51%)은 통합 부담이 특히 컸다. 한국(47%)과 브라질(45%) 기업은 ‘AI 전문 인재 부족’을 최대 난제로 꼽았다. 독일(54%), 스페인(52%), 일본(52%) 등은 데이터 프라이버시·윤리· 규제 준수 문제를 주요 리스크로 지적했다.
AI 인재 확보 경쟁은 지역별 인력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미국(82%)과 캐나다(96%)는 북미 지역에서 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었으며, 서유럽 국가들은 영국·프랑스·독일 등 인접 지역 중심으로 인재를 확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중국 응답자 76%는 중국·일본·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인재를 찾는다고 답했고, 두 번째 선호지는 미국(29%)이었다.
지난 12개월 동안 글로벌 기업의 43%가 AI 전문가를 신규 채용했으며, 16%는 기존 대비 50% 이상 높은 보수를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조사국 중에서 가장 높은 25%가 ‘AI 인력에 50% 이상 급여 프리미엄 지급 의향’을 보이며, 인도(23%), 뉴질랜드(21%), 호주(20%)를 앞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직무 인식 부족(호주 70%, 뉴질랜드 75%, 중국 62%)’과 ‘인재 부족(한국 71%, 홍콩 74%, 싱가포르 67%)’이라는 이중 난제를 동시에 겪고 있었다. 미국 기업은 높은 연봉 기대치를 두 번째로 큰 장애 요인으로 지목했다.
AI는 직무 구조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있었다. 자동화로 특정 업무(task)가 먼저 사라지고, 이후 생성형 AI 확대로 직무 자체가 통합·소멸되는 ‘2단계 변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뉴질랜드·아르헨티나·콜롬비아·미국 등은 절반 이상이 이미 재교육(reskilling)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은 직무 대체를 경험한 응답 비율은 11%로 낮았지만, ‘AI 통합으로 직무가 재설계됐다’는 응답은 79%로 가장 높았다.
직무 변화 수준에서도 한국은 상위권이었다. 직무가 ‘크게 변화했거나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답한 국가는 홍콩(48%), 인도(43%), 한국(43%), 이스라엘(41%), 미국(41%) 순이었다. AI로 인해 차세대 리더 육성이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71%, 현장 학습 기회가 줄었다는 응답은 69%에 달했다.
채용 기준 또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 세계 기업의 66%는 향후 3년 내 신입 채용을 축소할 계획이었고, 특히 한국은 61%가 신입 채용 둔화를 예상했다. 학위 중심 채용은 급격히 약화해 대학 학위를 최우선 요건으로 보는 기업은 5%에 불과했다. 대신 기업들은 AI 도구 및 코딩 자격증(66%), 문제 해결·비판적 사고력(59%), 의사소통·협업 능력(51%)을 핵심 역량으로 우선 평가하고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절반 이상은 즉시 업무 투입이 가능하고 기술 중심의 ‘닌치 스킬(niche skill) 인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AI 기반 채용 도입으로 전 세계 16개 시장에서는 ‘채용 품질 향상’이 가장 큰 성과로 꼽혔다. 멕시코(72%), 칠레(71%), 스페인(71%), 영국(70%)이 특히 긍정적 평가를 내렸으며, 네덜란드·독일·호주는 채용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주요 이점으로 봤다. 일본(64%), 홍콩(60%), 인도(57%), 한국(56%)은 인재 선별 과정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증가한 시장으로 나타났다.
AI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한 리스킬링 열풍도 확산되고 있었다. 기업의 67%가 리스킬링·업스킬링에 투자 중이었으며, 캐나다(77%), 브라질(76%), 싱가포르(74%)가 선도 국가였다. 반면 스웨덴(60%), 독일(59%), 인도(54%)는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그러나 리스킬링 과정에는 ‘직원 참여 부족’(60% 이상), ‘예산 제약’, ‘전문 트레이너 부족’이라는 구조적 병목이 존재했다. 한국(59%)과 프랑스(57%)는 트레이너 부족을, 이스라엘(61%)은 예산 문제를 가장 큰 장애로 꼽았다. 전사적 리스킬링 전담팀을 갖춘 기업은 3%에 불과했고, 29%는 ‘책임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답해 내부 거버넌스가 매우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 대응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전체 기업의 47%가 자국 AI 규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57%), 인도(53%), 독일(53%)에서 규제 이해도가 특히 낮았다. 직원들의 AI 사용을 관리하는 내부 정책도 부족해 전체의 31%는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었다. 공식적인 정책을 갖춘 기업은 22%뿐이었으며, 일본(30%), 영국(27%), 브라질(26%)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IDC의 크리스 마셜 부사장은 “AI는 인류가 경험한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노동시장을 재구성하고 있다”며 “성공하는 기업은 자동화와 인간 중심 전략을 결합해 리스킬링과 리더십 육성을 함께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딜 글로벌 정책 총괄 닉 카티노는 “초급 직군과 요구 역량 모두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라며 “근로자와 기업 모두가 AI 기반 업무 환경에 신속히 적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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