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11월13일 07시3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 덴탈업계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창업자들이 승계보다 엑시트를 택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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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국내 덴탈업체들이 속속 사모펀드의 품에 안기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메디트(MBK파트너스), 디오(039840)(에이치PE), 덴탈맥스(TKL인베스트먼트)에 이어 덴티움(145720)도 대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가 경영권 행사에 나서며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높아졌다.
얼라인은 지난달 28일 덴티움 지분을 7.17%에서 8.16%로 늘리고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얼라인은 대표적인 행동주의펀드이다. 시장에선 얼라인이 덴티움이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정성민 덴티움치과의원 원장의 개인회사와 내부거래 문제를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덴티움은 지난해 영업이익 985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지역 매출 감소의 여파로 전년 대비 29% 감소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실적이 후퇴하고 있다. 덴티움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데 이어 2분기 매출은 823억원으로 26.3% 줄었다. 3분기 매출은 8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6억원(-50.1%)→155억원(-43.9%)→125억원(-48.8%)로 절반가량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얼라인이 덴티움을 노리는 이유는 내부거래 문제를 해결할 경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재평가 여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개인 회사인 제노스가 내부거래로 거둔 연매출이 100억원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얼라인 입장에선 내부거래를 통해 유출되는 현금만 통제해도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PE들의 이유 있는 덴탈 사랑
PE들이 덴탈업계 M&A에 적극적인 이유로는 덴탈업체들의 △강한 현금창출력 △경기 변동에 둔감한 산업 △글로벌 경쟁력 등으로 추려진다.
임플란트·보철재·치과용 소모품 등 덴탈 제품은 경기 침체기에도 수요가 꾸준한 제품에 속한다. 치과 진료는 미용·보철 등 비급여 비중이 높아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 받으며, 고령화도 임플란트 수요를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국내에선 중장년층의 첫 임플란트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시술 후 10년 내외의 교체·보수 수요도 본격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령화로 인해 첫 식립뿐 아니라 교체·보수라는 2차 수요도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고수익 구조로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산업이라는 점도 PE들이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덴탈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5~20% 수준으로, 일반 제조업 대비 2배 이상 높다. 덴티움도 올해 3분기 실적 악화에도 불구, 영업이익률은 15.2%를 기록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유지보수, 소모품 재구매에서 발생하고 병의원을 대상으로 거래하기에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글로벌 확장성 역시 PE들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덴탈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해왔고, 영업 채널을 체계적으로 구축해둔 경우가 많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MBK에 인수되기 전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상태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덴탈업체를 M&A한 이후 PE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단기간에 외형을 키울 수 있다”며 “덴탈산업은 생산·영업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 여지가 커, PE 특유의 밸류업(Value-up) 전략을 적용하기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덴탈업계 창업자들이 엑시트 선호하는 이유?
그렇다면 반대로 덴탈업계 창업자들이 엑시트를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업계에선 △임플란트 기술 차별성 약화 △중국산 임플란트의 추격 △업황 악화로 성장 둔화 우려 △승계 부담 회피 의지 △높은 PE 수요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임플란트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임플란트 할 사람은 다 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서 치고 올라오니 힘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덴탈업체들은 업황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올 상반기 매출이 6568억원으로 1.16% 줄고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62.5% 급감했다. 같은 기간 메가젠임플란트는 매출 1419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5%, 62.7% 감소했다. 디오는 매출 759억원으로 50% 성장, 영업이익 45억원으로 흑자 전환해 비교적 선방했다.
덴탈업체들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은 중국 시장의 수요 둔화와 국내 내수 포화로 인한 판가 인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부분의 국내 덴탈 업체들의 성장동력이었던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내 임플란트 조달체계인 VBP와 중국 현지 브랜드의 성장은 임플란트 가격 하락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덴탈업체들의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경쟁이 격화되며 성장성이 둔화된 점도 창업자들의 엑시트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덴탈 창업 1세대들은 대부분 1960년대생으로 승계 혹은 엑시트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승계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지고 싶지 않은 안전지향적인 창업주의 성향과 PE의 러브콜이 맞물리며 엑시트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덴탈 창업자들은 승계를 하기보단 PE에 넘기고 안정적으로 현금화하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밸류가 높다면 회사를 매각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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