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중재로 분쟁 끝낸 아르메·아제르와 AI 기술 교류 논의
엔비디아 대미투자 발표 후 친해져…황은 中수출에 트럼프 필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엔비디아 반도체를 앞다퉈 확보하려고 하면서 엔비디아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무역 협상 카드로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1950년대에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기로 약속한 국가들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한 것처럼 분쟁을 종식하는 국가들에 AI 기술을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 대상에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도 포함되는데 이 두 국가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양국 당국자들을 만나 AI 및 미래 기술 교류에 대해 논의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최근에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한 카자흐스탄의 경우 엔비디아 반도체로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20억달러짜리 거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주변 무슬림 국가 간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합의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엔비디아 반도체가 카자흐스탄을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시키기 위한 대화에서 작은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대화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는 평화 합의를 중재해 노벨평화상을 받으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AI와 엔비디아를 어떻게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엔비디아 반도체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중국 등 다른 여러 국가와 진행한 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한 지렛대를 제공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돈독해진 관계에도 주목하면서 이 둘의 관계가 트럼프 행정부와 재계 간 관계 중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평가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연설에서 황 CEO를 높게 평가했으며 불과 몇시간 차이로 황 CEO도 워싱턴DC의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하는 등 서로 존경을 표하는 관계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CEO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팀 쿡 애플 CEO를 향해 황 CEO와 유사한 친밀감을 드러냈으나 당시에는 첨단기술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며, 철강과 자동차 같은 산업에 더 집중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제조 기반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한 약속을 가장 먼저 이행한 미국 기업 중 하나였으며, 증시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최대인 회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황 CEO의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가 중국 등 해외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데 필요한 정부 허가를 통제하는 데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확보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구축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둘은 황 CEO가 지난 4월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에야 가까워졌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황 CEO를 "내 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을 동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한 2천억달러 규모 반도체 판매 계약 체결을 도왔는데 이 거래는 AI 반도체를 외교 도구로 사용하는 모델이 됐다고 소식통들은 NYT에 전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보잉 항공기 같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외교관계를 강화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AI 반도체 관련 협력을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행정부 일각에서는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해지면서 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데 따르는 국가 안보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쿠시 디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어떤 단 하나의 관계도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를 정의하지 못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에 걸쳐서 수많은 재계 리더와 긴밀한 사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행정부가 역사적 합의를 타결하기 위해 재계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그런 관계가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bluekey@yna.co.kr
엔비디아 대미투자 발표 후 친해져…황은 中수출에 트럼프 필요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엔비디아 반도체를 앞다퉈 확보하려고 하면서 엔비디아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무역 협상 카드로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1950년대에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기로 약속한 국가들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한 것처럼 분쟁을 종식하는 국가들에 AI 기술을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 대상에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도 포함되는데 이 두 국가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양국 당국자들을 만나 AI 및 미래 기술 교류에 대해 논의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최근에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한 카자흐스탄의 경우 엔비디아 반도체로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20억달러짜리 거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과 주변 무슬림 국가 간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합의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엔비디아 반도체가 카자흐스탄을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시키기 위한 대화에서 작은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대화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는 평화 합의를 중재해 노벨평화상을 받으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AI와 엔비디아를 어떻게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엔비디아 반도체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중국 등 다른 여러 국가와 진행한 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한 지렛대를 제공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돈독해진 관계에도 주목하면서 이 둘의 관계가 트럼프 행정부와 재계 간 관계 중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평가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연설에서 황 CEO를 높게 평가했으며 불과 몇시간 차이로 황 CEO도 워싱턴DC의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하는 등 서로 존경을 표하는 관계라고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팀 쿡 애플 CEO를 향해 황 CEO와 유사한 친밀감을 드러냈으나 당시에는 첨단기술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며, 철강과 자동차 같은 산업에 더 집중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제조 기반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한 약속을 가장 먼저 이행한 미국 기업 중 하나였으며, 증시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최대인 회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황 CEO의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가 중국 등 해외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데 필요한 정부 허가를 통제하는 데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확보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구축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둘은 황 CEO가 지난 4월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에야 가까워졌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황 CEO를 "내 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을 동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한 2천억달러 규모 반도체 판매 계약 체결을 도왔는데 이 거래는 AI 반도체를 외교 도구로 사용하는 모델이 됐다고 소식통들은 NYT에 전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보잉 항공기 같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외교관계를 강화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AI 반도체 관련 협력을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행정부 일각에서는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해지면서 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데 따르는 국가 안보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쿠시 디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어떤 단 하나의 관계도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를 정의하지 못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산업에 걸쳐서 수많은 재계 리더와 긴밀한 사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행정부가 역사적 합의를 타결하기 위해 재계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그런 관계가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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