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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진' 일률 적용에 하반기 과제 불리
1년째 지침 없어 "탁상행정" 논란…과기부 "내달까지 마련"


연구개발(R&D) 사업(PG)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연구개발(R&D) 분야 학생 인건비 활용 촉진을 위해 내놨던 과도 적립 인건비 환수제도를 놓고 연구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R&D 과제 개시 시점이 늦어 인건비를 연내 소진할 수 없어도 '과도 적립'이 되면서 발생한 문제로, 제도 마련 1년이 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놓고 '늑장' 행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과기정통부가 올해 말부터 적용하기로 한 학생 인건비 과도 누적분 환수 제도와 관련해 하반기 이후 과제에 선정된 연구자들이 인건비를 과도 집행해야 하는 문제가 불거지며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0월 인건비 1년 치 지급분 이상을 쌓은 연구자 계정에서 이를 제한 금액의 20%를 학교 등 기관 계정에 이체하거나 과기정통부로 환수하는 개선안을 내놓고 이를 올해 말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학생 인건비 적립은 연구책임자들의 안정적 인건비 확보를 위해 2013년 도입됐지만 2022년 기준 학생 인건비 누적분이 5천895억원에 달하는 등 과도 누적 사례가 이어져 왔다.

이를 위해 연구책임자 계정 잔액에서 올해 학생에게 준 학생 인건비 합을 뺀 금액의 20%를 환수한다는 조항을 지난 2월 고시에 반영했는데, '올해'라는 기준이 문제가 됐다.

과제 개시 시점에 따라 인건비가 늦게 들어온 과제에도 기준이 일률 적용되면서 인건비가 늦게 입금돼도 채 쓸 틈 없이 과도 적립한 인건비로 계산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월 시작한 과제로 1억2천만원의 인건비가 먼저 들어와 매달 1천만원씩 지급하기로 하고 11월과 12월 1천만원씩을 썼다면, 잔액인 1억원에서 올해 준 금액인 2천만원을 뺀 8천만원의 20%인 1천600만원을 환수당하게 된다.

1월부터 시작한 과제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인건비를 100% 쓰게 되지만 과제 개시 시점이 늦다는 이유로 인건비를 훨씬 많이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인건비의 절반 이상을 '올해' 강제로 소진해야 환수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대학 산학협력단에서도 '집행률이 50% 미만이면 과기정통부 환수나 기관 계정 이체가 발생한다'며 집행 독려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연구자는 "9월부터 과제가 시작돼 내년 8월까지 인건비 지급계획이 다 잡혀있는데 과도 적립했다며 회수한다고 한다"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과기정통부도 이를 인지하고 연구자들에 피해가 없도록 내달 중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제도 도입 예고 이후 대학 산학협력단 등 현장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지금까지 별다른 지침을 내놓지 않아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자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문제가 되지 않게 하려다 보니 (가이드라인을)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야 해 혼란이 없도록 현장 의견을 계속 듣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정리해 안내하려 하고 있고, 다른 이슈들까지 묶어 개별 케이스들을 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