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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뉴스1
인공지능(AI) 붐을 주도하는 미국 반도체 칩 설계 회사 엔비디아가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3분기 실적은 물론 4분기 전망치까지 월가 전문가 예상보다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수주간 글로벌 증시를 뒤흔든 ‘AI 버블론’을 잠재울 수 있을까.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5% 넘게 급등했고, 코스피지수는 1.92% 급등하며 4000선에 다시 올랐다.

하지만 엔비디아 매출 성장률이 이전보다 약화했고, 매출 대부분이 소수의 거대 클라우드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AI 버블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엔비디아는 지난 8~10월(자체 회계연도 기준 2026년 3분기) 매출액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 주당 순이익(EPS) 1.3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 549억2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EPS도 전망치(1.25달러)보다 높았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62%, 순이익은 60% 급증했다.

엔비디아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며 4분기(11월∼내년 1월) 매출을 650억달러로 전망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현세대 그래픽 저장 장치(GPU)인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라며 “우리는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 실적은 AI 붐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이날 실적 결과는 AI 붐이 일부 과열 양상은 있지만 AI를 구현하려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엔비디아가 입증했다는 평가다. 황 CEO는 “AI에 대한 수요는 계속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AI 산업의 진정한 확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했다. 전 산업 분야에 AI가 도입되면서 강력한 GPU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실적에 힘입어 시간 외 거래에서 5%대 급상승했다. AMD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4% 올랐고,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도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도 급등했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1.92% 오른 4004.85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4.25% 오르며 10만원대를 회복했다. 반도체·전력기기 등 엔비디아 수혜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자본과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재무 여력이 부족한 고객사들은 대규모 인프라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 AI 도입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고객사의 자본·에너지 조달 능력이 성장의 잠재적 제약 요인”이라고 밝혔다. 다만 황 CEO는 “토지, 전력, 데이터센터 파트너들과 많은 계약을 체결해 왔고, 자금 문제도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대형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3분기 매출의 61%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고객사 4곳에서 발생했는데, 이 비율은 전 분기(56%)보다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몇몇 전문가는 소수의 AI칩 제조사와 AI 개발사, 클라우드 업체 간 거래 구조가 순환적이라는 데에 우려를 표한다”며 AI 실수요 반영보단 인위적 매출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