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R20251120144200017_01_i_P4_20251121071314932.jpg?type=w800

"단기성과·네트워크 중심 구조가 연구 생태계 왜곡"
"장기 연구 부재·학술지 질 저하·독립 연구자 위축"


한국에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아마도) 없을 이유 콘텐츠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저속노화'로 잘 알려진 정희원 박사가 국내 연구개발(R&D)에 대해 '거액의 단타 위주' '네트워킹(인맥) 중심'이라며 앞으로도 노벨상을 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 박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 '한국에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아마도) 없을 이유'란 제목의 콘텐츠를 올려 "한국은 막대한 투자에도 톱다운, 단기성과, 권위주의 등 장애 요인이 내재해 있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노벨과학자 수상자 배출은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의사과학자로 지난 12년간 연구계획서를 쓰며 느낀 경험이라고 전제한 그는 노벨상이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짚으면서도 "노벨 과학상이 안 나오는 건 R&D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투자는 최고지만 성과는 낮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의 이유로 그는 한국의 R&D 환경이 단타 연구에만 몰두하고 장기 연구가 불가능한 구조인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 연구가 응용 기술 투자로 3~5년 단타로 이뤄지고 있다며 "연구과제에서 미흡(C)을 받으면 다시는 국책과제를 못하다 보니 100% 성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학술지 질도 저하하며 국가적 소프트파워를 잃고 있는데, 이 또한 단기성과 집착과 맞물려 연구성과 평가도 해외에 외주를 주며 일어난 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정량평가에 집중하며 논문 피인용지수인 임팩트 팩터(IF) 위주로 평가하다 보니 논문이 IF가 높은 해외 주요 학술지에 쏠리고, 그러면서 해외 에디터들이 당장 관심 있는 주제로만 연구가 이뤄진다고 그는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학술지에 투고가 없어 학술지 질은 떨어지고, 해외로 논문 게재료도 유출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 박사는 지금의 R&D 문제는 과거 담합 등으로 연구비를 나눠 먹던 고질적 관행을 극복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이라며 현재도 권력이 있는 연구자가 대형 과제를 수주하는 '연구비 헌터'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윗분들이 떡을 크게 자르고, 네트워킹 잘하면 큰 떡이 떨어지고, 추진 역량을 돈으로 살 수 있고, 그럼 해본 일이 많으니 또 돈을 딴다"며 "훌륭한 연구자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형 과제 위주로 하니 초기 투자를 안 해서 독립 연구자는 연구비를 못 딴다"며 "(환경이)어렵기 때문에 없고, 실력이 좋아도 과제를 못 따서 계속 못 딴다. 저 같은 비전임 연구자가 연구할 수 있는 과제가 10년간 현격히 줄었다"고 했다.

정 박사는 "한국에서는 새로운 걸 하면 안 되고 제일 쉬운 건 해외에서 뜨는 걸 카피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걸 제시하면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이야기하니 얼추 뜨는 걸 모사해서 치고 빠지기 수법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신진 연구 지원도 초기 투자가 잘되지 않고 그때 유망한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연배가 많은 교수가 갓 전임된 연구자 명의를 빌려 신진 연구를 쓰고, 신진조차도 유망 분야에서 네이처나 사이언스 급 논문을 낸 연구자들이 주로 선정된다"고 말했다.

shj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