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최근 증권업계에 퍼진 ‘AI 거품론’을 잇달아 일축하고 있다. 주문량 대부분이 실수요 기반인데다, 단기 수요로 끝나지 않을 만큼 수주 잔고(백로그)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AI 거품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버티브, 슈나이더 일렉트릭, 이튼 코퍼레이션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들이 최근 개최됐던 3분기 실적 발표회와 투자자 설명회에서 잇따라 ‘AI 거품론’이 현재의 사업 상황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버티브의 조르다노 알베르타치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 투자자 설명회에서 “올 3분기 데이터센터용 냉각·전력 장치 수주 잔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며 “이는 공정 시간(리드타임) 지연 때문이 아니라 실제 주문량 자체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튼 역시 이달 열린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수주 잔고를 강조했다. 이튼 측은 “전체 수주 잔고가 전년 대비 20%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제품 주문량은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슈나이더 일렉트릭도 실적 발표회에서 “데이터센터 수주 잔고가 1년 누적 기준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들 3사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 공급·냉각 장치를 공급하는 핵심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메타 등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관련 시장 점유율은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수주 잔고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가 어느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 기업의 발언은 금융업계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한 정면 반박 성격을 띤다. 그간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재 구현된 AI 기술력에 비해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현재 상황을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셰일 혁명기’에 이어지는 ‘제4의 버블’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하이퍼스케일러)의 AI 칩 감가상각 방식을 “회계 조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인프라 기업들은 높은 수주 잔고 외에도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거품론을 반박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고객사인 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매출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버티브 측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최근 실적을 보면 AI 기반 사업의 성장률이 매우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인프라 건설 붐이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파울로 스투어나트 이튼 CEO는 “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는 발표 후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3~5년이 걸린다”며 “이는 향후 여러 해에 걸쳐 회사의 성장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흐름 역시 이들의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19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업계 전반에서 AI 혁신이 본격화되며 대규모 투자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거품론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고 있다”며 “GPU 중심의 컴퓨팅 전환, 에이전틱 AI의 부상, AI 기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이 앞으로 AI 인프라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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