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디펜스테크 현장을 가다
핀란드 '아이싸이'
SAR 인공위성
북극 해빙 관측하던 회사
위성 기술로 방산 시장 진출
작은 케이블까지 100% 생산
10년 만에 '몸값 1조' 유니콘
SAR 위성 핵심은 '전자파'
600㎞ 상공서 반사 파동 분석
데이터 기반으로 이미지 만들어
흐린 날에도 초고화질 촬영 가능
크기 작고 저렴 '군집위성' 제격
수십개 위성 전세계 감시망 운용
러軍 4000장 찍어 동태 파악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10㎞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른바 ‘핀란드의 실리콘밸리’ 알토대. 차분한 교정을 5분 정도 걷다 보면 4층짜리 벽돌 건물이 보인다. 핀란드의 ‘방위산업 유니콘 기업’ 아이싸이 본사다. 회사 로고나 우주 위성 기업임을 나타내는 그럴싸한 간판도 없는 보통 건물이다. 하지만 본사 내부를 들어가는 순간 역동적인 에너지가 단숨에 느껴진다.
생산 라인 복도에서 만난 방진복과 헤어캡을 착용한 직원들은 몸집만 한 인공위성 본체를 운반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생산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싸이가 개발한 3.5세대 위성 두 대와 가장 최신 제품인 4세대 위성 한 대가 제작되는 현장이다. 페카 라우릴라 아이싸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위성 제작 때부터 발사 이후까지 필요한 모든 것이 아이싸이의 고유 기술”이라며 “위성 안에 들어가는 작은 케이블까지 연구개발(R&D) 직원들이 직접 만든다”고 말했다.
아이싸이는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10년 만에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핀란드 방산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시작은 미약했다. 공동 창업자인 라팔 모드르제프스키 최고경영자(CEO)와 페카 CSO는 평범한 알토대의 학생이었다. 페카 CSO는 “처음 일을 시작한 공간은 25㎡의 방이었다”며 “2018년 처음 쏘아 올린 ‘아이싸이-X1’ 위성보다 작은 방에서 제품을 대각선으로 세워놓고 조립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의 저궤도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이들의 제품은 기존 광학 위성보다 무게가 10분의 1 이하로 가볍고 24시간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스타트업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제품 관리는 전통 방산업체의 위성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원동력이었다. 저궤도 위성 시장에서 통신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감시·감찰은 아이싸이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카 CSO는 “지난해 매출은 4200만유로였는데 올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10년간 매년 두 배씩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자부했다.핀란드가 갖춰온 창업 문화 역시 디펜스테크 기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2000년대를 풍미한 핀란드 정보기술(IT) 기업 노키아의 황금시대가 저물고 나라 경제가 휘청일 때 인재 화수분인 알토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창업 DNA가 방산 분야에도 적용됐다. 핀란드에서는 아이싸이와 더불어 수많은 디펜스테크 스타트업이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덴마크 단스케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 560만 명의 작은 나라 핀란드에는 헬싱키를 중심으로 30개 넘는 신생 방산 기업이 포진해 있다.
특히 우주 방산 분야에서 창업 열기가 뜨겁다. 2016~2024년 핀란드 우주 방산 기업은 벤처캐피털로부터 4억8800만달러(약 6967억원)를 투자받았다.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럽 내 4위다. 핀란드 국방 분야 관계자는 “핀란드는 러시아와 상당히 가까워 정보 주권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주변국에 의존하지 않고 실시간 감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국가의 우주위성 전략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핀란드의 대표 국영 방산 기업 파트리아까지 전통 산업의 흐름에서 벗어나 첨단 디펜스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핀란드의 드론 회사 노르딕드론을 인수했고, 올해는 벨기에의 디지털 방산 플랫폼 기업 일리아스솔루션을 사들였다. 올해는 유럽연합(EU) 6개국 16개 기업이 참여하는 4500만유로(약 76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스웜 플랫폼 개발 과제에 주도 기업으로 참여한다. 스웜 플랫폼은 여러 대의 무인기나 로봇이 AI로 연결돼 하나의 군대처럼 움직이는 자율 전투 시스템이다.
핀란드 방산 기업의 약진에 힘을 받은 핀란드 정부는 지난 4월 국가 국방 예산을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에서 2029년 3%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안티 해캐넨 핀란드 국방장관은 “국방비 증액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며 “국방 부문의 연구·개발·혁신을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스포=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핀란드 '아이싸이'
SAR 인공위성
북극 해빙 관측하던 회사
위성 기술로 방산 시장 진출
작은 케이블까지 100% 생산
10년 만에 '몸값 1조' 유니콘
SAR 위성 핵심은 '전자파'
600㎞ 상공서 반사 파동 분석
데이터 기반으로 이미지 만들어
흐린 날에도 초고화질 촬영 가능
크기 작고 저렴 '군집위성' 제격
수십개 위성 전세계 감시망 운용
러軍 4000장 찍어 동태 파악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10㎞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른바 ‘핀란드의 실리콘밸리’ 알토대. 차분한 교정을 5분 정도 걷다 보면 4층짜리 벽돌 건물이 보인다. 핀란드의 ‘방위산업 유니콘 기업’ 아이싸이 본사다. 회사 로고나 우주 위성 기업임을 나타내는 그럴싸한 간판도 없는 보통 건물이다. 하지만 본사 내부를 들어가는 순간 역동적인 에너지가 단숨에 느껴진다.
생산 라인 복도에서 만난 방진복과 헤어캡을 착용한 직원들은 몸집만 한 인공위성 본체를 운반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자 생산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싸이가 개발한 3.5세대 위성 두 대와 가장 최신 제품인 4세대 위성 한 대가 제작되는 현장이다. 페카 라우릴라 아이싸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위성 제작 때부터 발사 이후까지 필요한 모든 것이 아이싸이의 고유 기술”이라며 “위성 안에 들어가는 작은 케이블까지 연구개발(R&D) 직원들이 직접 만든다”고 말했다.
아이싸이는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10년 만에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핀란드 방산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시작은 미약했다. 공동 창업자인 라팔 모드르제프스키 최고경영자(CEO)와 페카 CSO는 평범한 알토대의 학생이었다. 페카 CSO는 “처음 일을 시작한 공간은 25㎡의 방이었다”며 “2018년 처음 쏘아 올린 ‘아이싸이-X1’ 위성보다 작은 방에서 제품을 대각선으로 세워놓고 조립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의 저궤도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이들의 제품은 기존 광학 위성보다 무게가 10분의 1 이하로 가볍고 24시간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스타트업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제품 관리는 전통 방산업체의 위성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원동력이었다. 저궤도 위성 시장에서 통신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감시·감찰은 아이싸이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카 CSO는 “지난해 매출은 4200만유로였는데 올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10년간 매년 두 배씩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자부했다.핀란드가 갖춰온 창업 문화 역시 디펜스테크 기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2000년대를 풍미한 핀란드 정보기술(IT) 기업 노키아의 황금시대가 저물고 나라 경제가 휘청일 때 인재 화수분인 알토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창업 DNA가 방산 분야에도 적용됐다. 핀란드에서는 아이싸이와 더불어 수많은 디펜스테크 스타트업이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덴마크 단스케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 560만 명의 작은 나라 핀란드에는 헬싱키를 중심으로 30개 넘는 신생 방산 기업이 포진해 있다.
특히 우주 방산 분야에서 창업 열기가 뜨겁다. 2016~2024년 핀란드 우주 방산 기업은 벤처캐피털로부터 4억8800만달러(약 6967억원)를 투자받았다.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럽 내 4위다. 핀란드 국방 분야 관계자는 “핀란드는 러시아와 상당히 가까워 정보 주권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주변국에 의존하지 않고 실시간 감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국가의 우주위성 전략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핀란드의 대표 국영 방산 기업 파트리아까지 전통 산업의 흐름에서 벗어나 첨단 디펜스테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핀란드의 드론 회사 노르딕드론을 인수했고, 올해는 벨기에의 디지털 방산 플랫폼 기업 일리아스솔루션을 사들였다. 올해는 유럽연합(EU) 6개국 16개 기업이 참여하는 4500만유로(약 76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스웜 플랫폼 개발 과제에 주도 기업으로 참여한다. 스웜 플랫폼은 여러 대의 무인기나 로봇이 AI로 연결돼 하나의 군대처럼 움직이는 자율 전투 시스템이다.
핀란드 방산 기업의 약진에 힘을 받은 핀란드 정부는 지난 4월 국가 국방 예산을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에서 2029년 3%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안티 해캐넨 핀란드 국방장관은 “국방비 증액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며 “국방 부문의 연구·개발·혁신을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스포=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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