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험실 통째로 자동화
화학 분자, 디지털 코드처럼 인식
AI 발견 새로운 화학 분자식 실험으로 연결버튼을 눌렀더니 신소재 플라스틱부터 알약까지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면?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엔 이런 발명품이 실존할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VC)로부터 지원받는 한 스타트업이 세계 최초의 화학 컴퓨터, 일명 '켐퓨터(Chemputer)'를 연구 중입니다.
화학 분자 인식하고 합성하는 최초의 컴퓨터
실험용 켐퓨터. 글래스고 대학교 홈페이지
켐퓨터는 화학(Chemistry)과 컴퓨터(Computer)를 합친 신조어로, 영국 합성 화학 스타트업 '케미파이' 창업자 리 크로닌 글래스고대 교수가 개발하고 있습니다. 크로닌 교수는 2018년 국제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에 공개한 논문에서 켐퓨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화학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동하는 모듈형 로봇 시스템"이라고 정의했지요.
이 논문에 따르면 켐퓨터는 화학 물질을 만드는데 활용됩니다.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컴퓨터와 연결된 로봇 팔과 펌프가 직접 시약, 파이프, 비커, 농축기 등을 조작해 분자의 화학 결합을 유도합니다. 화학 실험실을 통째로 자동화한 장치인 셈입니다.
켐퓨터는 일명 '화학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불리는 독자적인 언어 체계로 작동합니다. 화학 프로그래밍 언어는 현재 학계에 알려진 모든 분자 구조를 디지털 코드로 변환한 데이터 모음입니다. 화학자들은 켐퓨터로 이 데이터를 검색해 원하는 분자들만 골라 합성할 수 있지요. 합성 작업을 실행하면 켐퓨터가 직접 실험 장비를 가동해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덕분에 인간 화학자보다 수천배 빠른 속도로 새 화학 물질을 조제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에 명령어를 입력하면 직접 시약을 섞고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글래스고 대학교 홈페이지
크로닌 박사는 일찍이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켐퓨터 연구에 착수했고, 2019년에는 켐퓨터를 상용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케미파이를 창업했습니다. 케미파이는 지난 6년간 글로벌 VC들로부터 9000만달러(약 131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본격적인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험 사이 간극 채운다
미국 최고 연구기관 및 투자사들은 왜 켐퓨터에 눈독 들이고 있을까요. 이는 인공지능(AI)과 연관됩니다. 최근 AI의 눈부신 발전으로 신물질, 신약 연구에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방대한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한 AI가 향후 산업, 의료 등에 쓰일 잠재력이 있는 새 화학식을 찾아내는 방식이지요. 구글의 AI 전문 연구 지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이소모픽 랩스'가 올해 4월 6억달러(약 8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오픈AI도 지난 6월 신약 개발 사업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모두 AI가 화학 분야의 새 발견을 주도할 거라는 기대감 덕분에 가능한 투자였습니다.
1호기 켐퓨터 '케미팜'을 가동하는 케미파이 엔지니어의 모습. 케미파이
문제는 AI가 새로운 화학 분자식을 발견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물질이라는 점입니다. 크로닌 박사는 지난 2월 생명공학 전문 매체 'GE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 신약 개발 기업들은 신약 후보 물질이 현실에서 생산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전에 분자 설계부터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신물질을 제조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단 1밀리그램(㎎)만 잘못 측정하거나, 아주 미세한 온도 차이만으로도 재현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때로는 실험실에서 화학 실험을 하는 과학자들의 숙련도가 모든 걸 좌우할 때도 있습니다. 켐퓨터는 수작업의 불확정성을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AI 때문에 벌어진 화학 이론과 실험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퍼즐 조각인 셈입니다.
케미파이의 켐퓨터 1호기인 '케미팜(Chemifarm)'은 본사가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 설치되고 있으며, 향후 미국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켐퓨터로 신물질을 생산하는 실험도 이미 진행 중입니다. 케미파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재산으로 운영되는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말라리아, 결핵 퇴치용 신약 물질 제조에 착수했습니다.
화학 분자, 디지털 코드처럼 인식
AI 발견 새로운 화학 분자식 실험으로 연결버튼을 눌렀더니 신소재 플라스틱부터 알약까지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면?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엔 이런 발명품이 실존할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VC)로부터 지원받는 한 스타트업이 세계 최초의 화학 컴퓨터, 일명 '켐퓨터(Chemputer)'를 연구 중입니다.
화학 분자 인식하고 합성하는 최초의 컴퓨터
켐퓨터는 화학(Chemistry)과 컴퓨터(Computer)를 합친 신조어로, 영국 합성 화학 스타트업 '케미파이' 창업자 리 크로닌 글래스고대 교수가 개발하고 있습니다. 크로닌 교수는 2018년 국제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에 공개한 논문에서 켐퓨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화학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동하는 모듈형 로봇 시스템"이라고 정의했지요.
이 논문에 따르면 켐퓨터는 화학 물질을 만드는데 활용됩니다.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컴퓨터와 연결된 로봇 팔과 펌프가 직접 시약, 파이프, 비커, 농축기 등을 조작해 분자의 화학 결합을 유도합니다. 화학 실험실을 통째로 자동화한 장치인 셈입니다.
켐퓨터는 일명 '화학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불리는 독자적인 언어 체계로 작동합니다. 화학 프로그래밍 언어는 현재 학계에 알려진 모든 분자 구조를 디지털 코드로 변환한 데이터 모음입니다. 화학자들은 켐퓨터로 이 데이터를 검색해 원하는 분자들만 골라 합성할 수 있지요. 합성 작업을 실행하면 켐퓨터가 직접 실험 장비를 가동해 화학 반응을 일으킵니다. 덕분에 인간 화학자보다 수천배 빠른 속도로 새 화학 물질을 조제할 수 있습니다.
크로닌 박사는 일찍이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켐퓨터 연구에 착수했고, 2019년에는 켐퓨터를 상용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케미파이를 창업했습니다. 케미파이는 지난 6년간 글로벌 VC들로부터 9000만달러(약 131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본격적인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험 사이 간극 채운다
미국 최고 연구기관 및 투자사들은 왜 켐퓨터에 눈독 들이고 있을까요. 이는 인공지능(AI)과 연관됩니다. 최근 AI의 눈부신 발전으로 신물질, 신약 연구에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방대한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한 AI가 향후 산업, 의료 등에 쓰일 잠재력이 있는 새 화학식을 찾아내는 방식이지요. 구글의 AI 전문 연구 지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이소모픽 랩스'가 올해 4월 6억달러(약 8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오픈AI도 지난 6월 신약 개발 사업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모두 AI가 화학 분야의 새 발견을 주도할 거라는 기대감 덕분에 가능한 투자였습니다.
문제는 AI가 새로운 화학 분자식을 발견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물질이라는 점입니다. 크로닌 박사는 지난 2월 생명공학 전문 매체 'GE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 신약 개발 기업들은 신약 후보 물질이 현실에서 생산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전에 분자 설계부터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신물질을 제조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단 1밀리그램(㎎)만 잘못 측정하거나, 아주 미세한 온도 차이만으로도 재현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때로는 실험실에서 화학 실험을 하는 과학자들의 숙련도가 모든 걸 좌우할 때도 있습니다. 켐퓨터는 수작업의 불확정성을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AI 때문에 벌어진 화학 이론과 실험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퍼즐 조각인 셈입니다.
케미파이의 켐퓨터 1호기인 '케미팜(Chemifarm)'은 본사가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 설치되고 있으며, 향후 미국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켐퓨터로 신물질을 생산하는 실험도 이미 진행 중입니다. 케미파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재산으로 운영되는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말라리아, 결핵 퇴치용 신약 물질 제조에 착수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