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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SM스튜디오스·헬스케어 추가 정리
연말까지 10여개 계열사 추가 정리 목표
네이버, 금융·쇼핑 강화 속 ‘바이브’ 축소 수순
NXC, 스토케 매각 추진 등 비주력사업 정리
AI로 산업 변화 안개 속 ‘선택과 집중’ 추세 강화
성남시 분당구 에 있는 카카오판교아지트 앞에 카카오 사명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국내 정보기술 업계가 사업 조정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일찌감치 비주력 계열사 축소를 공언한 카카오는 물론 네이버나 콘텐츠 업계, 게임업계 등 판교 밸리 전반에서 포트폴리오 재편성이 한창이다.

당장 현금흐름이나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AI시대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현금을 비축하거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양새다.



카카오, 한 달새 계열사 2곳 정리…연말까지 군살 빼기 속도 낼 듯



22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중순 이후 한달 동안 2개의 국내 계열사를 정리했다. 이에 따라 당시 99개였던 국내 계열사 수는 현 시점 97개까지 줄어들게 됐다. 줄어든 두 계열사는 SM스튜디오스와 카카오 헬스케어다. 카카오그룹은 우선 계열사 중 SM엔터테인먼트가 산하의 SM스튜디오스를 합병하면서 비주력 사업 한 곳을 추가 정리했다. SM스튜디오스는 광고 등 비(非)음악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일종의 중간 지주사였다.

카카오는 이어 19일 100% 자회사인 카카오헬스케어의 경영권을 차바이오그룹에 넘긴다고 공시했다. 지분교환 거래를 종료하면 추가로 계열사 한 곳이 줄어들어 국내 계열사가 97곳이 되는 구조다.

카카오 헬스케어의 경영권 이전은 차바이오 그룹과 카카오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우선 차바이오 그룹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카카오헬스케어에 투자했다. 차바이오그룹은 미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개국 77개 의료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아시아·태평양 최대급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헬스케어의 모바일 건강관리 솔루션 파스타(PASTA)나 HRS, 헤이콘(Haycorn) 등 의료데이터 사업, 병원 컨시어지 서비스 ‘케어챗(Karechat)’ 등 디지털 사업이 접목되면 단번에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차바이오텍의 종속회사인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는 이 거래를 위해 총 80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차바이오텍은 추후 카카오로부터 300억원을 유치해 자본을 확충하게 된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아직 본격적인 이익을 내지 못하는 만큼 IT분야에서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기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그룹은 이 거래로 그룹 군살 빼기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 앞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13일 주주서한에서 현재 카카오 그룹의 계열사가 99개이며 연말까지 80여개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2023년 부터 추진해온 거버넌스 효율화로 2년 만에 계열사의 30%를 감축한 데 이어 추가로 연내 10곳 이상의 계열사 감축을 공표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애초 카카오그룹 내 감축 우선순위 계열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분율 조정을 통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계열사를 정리하고 향후 성장에 따른 과실은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9월 23일 열린 if카카오 2025에서 카카오의 AI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

카카오의 계열사 청산은 연말까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 대표가 제시한 목표인 80 여개까지 줄이려면 여전히 15곳 가량 합병하거나 청산,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계열사 정리 작업이 다음달 중 대거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동력은 핵심 먹거리인 인공지능(AI)에 집중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주주서한을 통해 “카카오는 지난 1년 반 동안 그룹 지배구조를 속도감 있게 개편하고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동시에 진행해 미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재무 구조를 마련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AI와 카카오톡의 결합을 통한 또 한번의 일상 혁신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외연 확장 속 비주력 ‘바이브’ 정리수순…게임업계도 계열사 매각 러시



네이버의 경우 오히려 외연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시대 전환기에 두나무와 주식교환을 통해 디지털 금융을 기업의 새로운 축으로 세우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이달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네이버와 두나무 합병이 최종 성사될 경우 국내 핀테크·가상자산 시장에 통합 법인가치 약 20조 원 규모의 ‘공룡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주력 수익원인 쇼핑 역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커머스 부문에서 9월 컬리의 구주 일부를 인수하며 물류·쇼핑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꾀했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500억~6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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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유망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네이버 역시 비주력 사업은 축소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가 대표적이다. 바이브는 이달 27일부로 1년 선결제, 연간 약정 구독, MP3 다운로드 상품 판매를 종료한다. 다음달 16일부터는 LG유플러스와의 제휴도 중단한다.

네이버는 2023년 9월부터 자사 멤버십 혜택에서 바이브를 제외했으며, 올해 6월부터 순차적으로 기능과 상품 판매를 축소해왔다. 특히 이달 4일에는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내부 바이브를 두고 외부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바이브 정리 수순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IT기업 중에도 업황이 좋지 않은 게임 업계 등의 경우 사업 정리나 매각 위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의 축소 방침을 따라 올 들어 스크린골프 자회사 카카오브이엑스(VX) 지분 전량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 아이브이지(IVG)에 팔아 477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오토바이 무선통신기기 자회사 세나테크놀로지를 매각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게임 개발 계열사 넵튠도 크래프톤에 매각했다.

컴투스는 5년전 인수한 펀플로(FUNFLOW)를 정리하며 넥슨은 리서치 업체 미띵스를 정리했다. 넥슨 지주사 NXC는 사업이 양호한 유아용품 제조업체 스토케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넥슨은 2013년 스토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가격이 7000억원 이상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토케는 NXC가 인수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본업인 게임과 관련성이 적어 선택과 집중을 위해 매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차원에서 NXC는 스토케 뿐 아니라 가상자산거래소인 코빗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업계에서는 지금이 스마트폰 혁명 당시를 뛰어넘는 시장 변혁기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며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고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