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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올해만 11만명 해고…"AI로 안 되는 이유 먼저 증명하라"
MS 올해 최소 1.5억명 감원…5월 대상자 중엔 SW엔지니어가 40% 이상
아마존 물류센터엔 로봇이…"AI로 인력 줄인다"
구글·인텔·메타도 줄줄이 감원…AI로 대체, 현실로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통해 제작한 사람 개발자와 인공지능 개발자의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현재 우리 회사 코드의 30%가 인공지능(AI)에 의해 작성되고 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4월30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대담에서 밝힌 말이다. 헛된 말이 아니였다. 불과 몇 달 뒤 MS는 9000명에 대한 추가 감원 계획을 실행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AI발(發) 인력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 사무 보조직을 넘어 소프트웨어·디자인 등 전문직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

미국 테크 업계 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레이오프닷에프와이아이(Layoffs.fyi)에 따르면, 2025년 218개 테크 기업에서 총 11만2732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도 부가적인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테크업계 감원 바람의 근간은 'AI 자동화'다.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의 토비 리트케 CEO는 "회사에 추가 인원과 자원을 요청하기 전에 AI를 활용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없는 이유를 먼저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통보했다. AI가 못하는 업무가 아닌 이상, 직원을 뽑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됐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모든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앞으로 5년 내 실업률이 20%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전망하기도 했다.



MS "AI가 코드의 30% 작성"…올해만 최소 1.5억명 구조조정


AI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미국 회계기준 올 1분기 매출 700억 달러, 순이익 260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럼에도 올해만 1만5000명의 직원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먼저 지난 5월 6000여명을 해고했다. 감원 대상 중 40% 이상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이어 불과 두 달 만인 7월에는 중간 관리직급을 중심으로 9000명 규모를 추가로 감원했다.

앞서 MS는 자사 AI 프로그램인 '코파일럿(Copilot)'을 도입하며 직원들에게 개발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로 대체하도록 지시했다. 줄리아 리우슨 MS 개발자부문 책임자는 "AI 활용 능력, 특히 코파일럿 사용 숙련도가 직원 평가에 직접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MS는 AI 자동화를 통한 조직 효율화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업계에선 올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 상쇄 차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MS는 올해 AI 인프라에 800억 달러(약 112조원)를 투자했다. 요약하자면 'AI에 의한, AI를 위한 감원'인 셈이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지난 2023년 11월6일(현지시각) 오픈AI의 첫 개발자 총회에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오른쪽)이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상생을 통해 급성장해온 두 회사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5.4.30.

아마존 물류센터엔 로봇이…"AI로 인력 줄인다"

아마존도 지난 10월 약 1만4000명의 직원을 감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마존은 2022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으로 이번까지 합쳐 총 4만1000명 이상을 감축하게 됐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지난 6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생성형 AI와 AI 기반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는 우리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오늘날 수행되고 있는 일부 직무에는 인력이 덜 필요해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아마존은 물류센터에 사람과 협업하는 '코봇(cobot)'을 배치하며 물류센터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2027년까지 미국 내 16만명, 2033년까지 추가로 60만명에 달하는 고용을 자동화 기술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시모글루 MIT 교수는 "아마존만큼 자동화 인센티브가 큰 기업은 없다"며 "이들이 수익성 있는 자동화 방법을 찾아내면 다른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글·인텔·메타도 줄줄이 감원
[서울=뉴시스] 구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 (사진=구글) *재판매 및 DB 금지이외 구글, 메타, 인텔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동참하고 있다.

구글은 2023년 1월 1만2000명을 감원한 이후 2024년 관리직 10%를 감축했고, 올해 6월에는 지식 및 정보(K&I)·리서치·엔지니어링 등 전사 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구글은 AI 투자 재원 마련과 20% 효율성 향상 목표 달성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만2000명(전체 인력의 20%) 감원을 예고했다. 메타는 올해 초 3600명을 해고했다.



개발자 우대 옛말…AI 대체, 현실로
과거 AI는 단순 사무직이나 노무직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초급 개발자, 그래픽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등 전문직까지 위협하고 있다.

링크드인 분석에 따르면, 2023~2024년 빅테크 감원의 상당수가 개발 직군에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코딩만 할 줄 아는 개발자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4~2025년을 'AI 도입 실험기'로 규정하며, 2026년부터는 본격적인 직무 재편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경제포럼은 "고용주 41%가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