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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생성형 AI 창작]
챗GPT가 등장한 지 3년, 생성형 AI는 대학 강의실 풍경을 송두리째 바꿨고 기업에 있어서는 생존 방정식이 됐다. 학생들은 'AI 툴 체인'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기업들은 AI로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모두의 AI 시대'가 열렸다.

◇ 노트북엔 강의자료, 폰에는 AI 녹음기…달라진 대학가

서울 성북구 국민대 강의실. 수업이 한창이지만 학생들의 손은 키보드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시선은 좌우로 노트북 화면을 쉼 없이 오간다. 왼쪽 창에는 복잡한 강의안이, 오른쪽 창에는 실시간 교수의 설명을 받아 적으며 요약해 주는 생성형 AI 챗봇이 텍스트를 쏟아낸다.

이윤기 씨(국민대 4학년)는 “노트북 옆에 폰으로 AI 음성변환을 켜두고 실시간 요약하는 건 기본”이라며 “화면 분할 단축키는 필수”라고 말했다.

과제 수행은 하나의 '공정'이 됐다. 생성형 AI 검색 엔진 서비스 '퍼플렉시티'로 자료를 찾고, 챗GPT로 초안을 쓴 뒤, AI 툴 '스카이워크 AI'로 PPT(프리젠테이션)를 완성한다. AI를 안 쓰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선우영현 씨(인하대 4학년)는 “예전엔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습문제를 풀며 배우는 게 있었는데, 이젠 AI가 답을 준다”며 “이에 맞춰 수업 평가 방식은 단순 지식 습득보다 질문 능력을 평가받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 꿰찬 'AI 파트너'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점주의 아침 루틴은 확 달라졌다. 예전엔 날씨와 요일, 행사 정보 등을 따져가며 도시락과 김밥을 몇 개 들여올지 머리를 싸맸지만, 이젠 'AI 편의점 파트너'가 고민을 덜어준다.

AI가 상권과 날씨,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서 '오늘은 혜자 도시락 5개, 전주비빔 김밥 10개가 적당하다'는 식으로 최적의 발주량을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박 점주는 “재고 폐기 걱정이 줄어든 것은 물론, 매대 진열 전략까지 AI가 알려준다”며 “아르바이트생도 베테랑처럼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사무실에서는 매일 '속도전'이 펼쳐진다. 롯데가 전 계열사에 도입한 업무용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 덕분이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1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을 올리면, AI가 1분 만에 핵심 내용을 요약해 회의록을 뚝딱 만들어낸다.

한 롯데그룹 신입 사원은 “'보고용 리포트 초안을 잡아줘'라고 입력하면 사내 규정과 양식에 맞는 문서를 순식간에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제철소 현장은 AI가 안전 지킴이와 전문가 역할을 한다. AI가 수천 대에 달하는 폐쇄회로(CC)TV를 실시간 분석해서 작업자가 위험 구역에 접근하거나 쓰러지는 사고를 즉시 감지하고, 알린다.

또한 연구원들은 구글 '제미나이' 기반의 사내 지식 질의응답(Q&A) 시스템을 사용한다. '최근 니켈 가격 변동 추이와 신소재 기술 동향을 찾아줘'라고 물으면, AI가 방대한 사내외 문서를 뒤져 90% 이상의 정확도로 답변을 내놓는다.

서울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선 야근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800명이 넘는 공무원에게 생성형 AI 활용 교육을 실시했다. 복잡한 보도자료 초안 작성부터 영문 번역, 반복되는 단순 민원 응대까지 AI의 손을 빌린다.

시청 소속 한 공무원은 “반나절 걸리던 행사 기획안 작성이 30분 만에 초안이 잡힌다”며 “단순 문서 작업 시간이 줄어든 만큼 시민들을 위한 현장 행정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