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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호 베스핀글로벌 금융AI본부장이 이달 21일 서울 강남구 베스핀글로벌 본사에서 블로터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베스핀글로벌
베스핀글로벌이 클라우드만 대신 운영해 주던 'MSP(관리형 서비스 사업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AI)까지 함께 맡는 'AI MSP' 전략을 본격화한다. 전 제품과 서비스를 AI 중심 브랜드 '헬프나우(HelpNow)'로 통합해, 금융권에서 AI를 활용한 업무 전환(AX)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베스핀글로벌 본사에서 <블로터>와 만난 한선호 베스핀글로벌 금융AI본부장은 "AI는 한 번 도입하고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여정이다"라며 "금융사가 이 여정을 혼자 가는 대신, AI·데이터·클라우드·보안을 함께 묶어 지원하는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스핀글로벌은 올해 전 제품군을 AI 중심으로 전면 재편했다. 단일 AI 에이전트 플랫폼 이름이었던 '헬프나우'를 하나의 브랜드로 격상하고, 이 아래에 △AI △데이터 △클라우드 △보안 △교육 전 영역의 상품을 다시 짜 넣었다.

회사는 단일 모델 위주 AI 시대가 끝나고, 업무 목적에 따라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본다. 이에 고객이 실제로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상품 체계를 다시 만든 것이다. 특히 금융 부문에서는 헬프나우를 기반으로 보험·여신·리스크 관리 등 핵심 프로세스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전 제품군을 ‘헬프나우’ 브랜드로 전면 통합했다./ 사진 제공=베스핀글로벌
"금융이 AI 선봉대"…보험·여신부터 바꾼다
한 본부장은 "금융은 규제가 많고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 AI 도입의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험과 여신처럼 규제와 리스크가 큰 영역일수록 작은 부분부터라도 AI를 적용해 효과를 검증해보려는 시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 분야에서는 제3보험(건강·상해 등) 상품이 핵심이다. 최근 회계기준(IFRS)과 수익 인식 방식이 바뀌면서, 보험사는 계약을 많이 따와도 바로 매출로 잡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이에 따라 각사에서는 건강보험·재산보험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하나의 보험 상품에 붙는 특약이 적게는 50개, 많게는 200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설계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이 이런 상품을 모두 이해하고 정확히 설계하기란 쉽지 않다. 한 본부장은 "상품 수가 늘면서 언더라이팅(보험 인수 심사) 업무량이 20배 이상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심사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라 사람을 갑자기 많이 뽑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을 겨냥해, 베스핀글로벌은 영업 설계 지원 에이전트와 언더라이팅 보조 에이전트를 함께 구축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는 AI가 상품 조합과 조건을 검토해주고, 심사 단계에서는 서류와 조건을 자동으로 점검해준다. 그는 "현재 AI 판단 수용도가 85~90% 수준"이라며 "1~2년 차 주니어 심사역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 쪽에서는 기업여신(기업 대출) 업무가 대표 사례다. 기업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제출 서류가 많고 서식도 제각각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여신 담당자가 서류를 하나씩 모으고, 필요한 내용을 일일이 타이핑해 내부 양식에 옮겨 담은 뒤, 다시 이사회 보고용 문서를 만드는 일을 반복해 왔다.

베스핀글로벌은 이 과정에 문서·데이터 처리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있다. AI가 먼저 서류 누락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내용을 자동으로 추출해 신청서와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방식이다. 사람은 결과물을 확인·수정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업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실수도 줄어든다.

한 본부장은 "AI가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 사람이 해야 할 반복 업무를 AI에게 맡기고 남는 힘으로 더 큰 비즈니스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선호 베스핀글로벌 금융AI본부장이 이달 21일 서울 강남구 베스핀글로벌 본사에서 블로터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 제공=베스핀글로벌
"AI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긴 여정"
금융사가 AI 솔루션을 도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짚었다. 가장 먼저 꼽은 위험은 '플랫폼부터 사놓는 방식'이다.

한선호 본부장은 "규제와 보안이 무섭다고 해서, 처음부터 내부에만 AI를 다 넣겠다고 마음먹고 거대한 인프라와 플랫폼에 수십억을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며 "무엇을 어떻게 쓸지도 정하지 않은 채 서버와 플랫폼부터 도입하면, 몇 년 뒤에는 이미 낡은 시스템이 돼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그는 "AI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나의 '여정'"이라고 강조한다. 베스핀글로벌 내부 프로그램 이름도 '저니 투 AI(Journey to AI)'다. 한 번 구축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업무가 바뀔 때마다 계속 조정해 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크게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크게 생각하되(Think Big) △작게 시작하고(Start Small) △빠르게 확산하는 것(Scale Fast)이다. 처음부터 전사 시스템을 한 번에 갈아엎는 '빅뱅' 방식 대신, 잘게 나눈 업무부터 AI 에이전트로 바꿔 보고 성공 사례를 쌓아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어서 이 성공 모델을 조직 전체로 빠르게 퍼뜨릴 수 있는 내부 체계와 외부 파트너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본부장은 "AI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10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10명이 하던 일을 AI에게 맡기고 그 9명이 더 큰 비즈니스를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핀글로벌은 헬프나우를 앞세워 이러한 'AI 여정'을 함께 갈 파트너를 찾는 금융사와 손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한 본부장은 "이 시장에는 더 이상 '영원한 승자'가 없다"며 "계속해서 실험·학습·확산을 반복할 수 있는 속도와 체력이 금융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본부장은 이달 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리는 'AI 클라우드 퓨처 서밋 2026'에서 금융권 AI 전환을 둘러싼 베스핀글로벌의 '헬프나우' 전략과 성공 사례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AI 클라우드 퓨처 서밋 2026은 'AI에이전트 인사이트: 산업별 인공지능전환(AX) 혁신사례와 전략'을 주제로 진행한다. 베스핀글로벌을 비롯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영림원소프트랩, 한국IBM, 스노우플레이크, 업스테이지, 과실연, 에스원, 한글과컴퓨터, 야놀자넥스트, 금융보안원, 하나은행, 카카오뱅크, SK텔레콤 등이 각자의 AX 전략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