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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제이티비시(JTBC) 제공
“저희 상무님은 드라마 보면서 눈물까지 났다고 하시던데….” (한 통신업계 관계자)

최근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 가상 통신사 에이시티(ACT)의 실제 모델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신 3사 전·현직자들은 “작가가 통신사를 다녀보고 드라마를 쓴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각 기업은 과거 회사의 과오가 드라마로 재조명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드라마는 사실상 케이티(KT)를 모델로 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선, 통신 3사 가운데 ‘부장’이란 직급을 둔 기업은 케이티가 유일하다. 에스케이(SK)텔레콤은 2016년 기존 5단계(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직급 체계를 ‘팀장-매니저’ 2단계로 간소화했고, 엘지(LG)유플러스도 이듬해 ‘책임-선임-사원’ 3단계로 축소해 ‘부장’ 직급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주요 에피소드도 실제 케이티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김 부장이 유명 유튜버 ‘아이티 보이’가 제기한 ‘초고속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을 수습하러 다니는 모습은 2021년 인기 유튜버 ‘잇섭’(ITSub)이 케이티의 10기가 인터넷 품질 저하를 폭로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실태점검 결과 케이티에 과징금 5억원을 처분했다.

극 중 통신 3사 임원들이 골프장에서 만나 공공사업 입찰 담합을 꾀하다가 김 부장의 ‘홀인원 기념사진’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가 잡힌 장면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케이티·엘지유플러스·세종텔레콤은 2015~2017년 9개 공공기관이 발주한 12개 공공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금전적 대가를 주고받은 혐의로 총 133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케이티가 57억여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김 부장이 본사 영업팀에서 밀려나 지방 공장의 안전관리자로 좌천되는 설정은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통신 3사 모두 생산라인을 둔 공장을 갖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대신 지난해 45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케이티와 최근 인공지능 사내독립기업(AI CIC) 재편 과정에서 관련 인력을 축소한 에스케이텔레콤은 일부 직원을 지방 영업조직이나 네트워크 인프라 관리직으로 재배치했거나, 재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드라마 속 김낙수 부장처럼 자신이 ‘대기업 부장’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어깨에 힘 주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는 게 현실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