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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가장 똑똑한 ‘제미나이 3′ 시리즈 출시
샘 알트먼, “구글의 진전으로 당분간 어려운 분위기 예상”

/제미나이
“구글의 최근 인공지능(AI) 진전은 오픈AI에 일시적인 경제적 역풍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운 분위기(rough vibes)가 될 수도 있습니다”.

20일(현지 시각) 디 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내부 구성원들에게 이런 내용의 비공개 메모를 전달했다. 그는 이어 “모든 측면에서 볼 때, 구글은 최근 특히 사전 학습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건 알지만, 우리는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했다. 이는 알트먼 CEO가 경쟁사인 구글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면서 구글이 위협이 된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어 ”이 글이 실망스러운 내용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 회사는 놀라울 정도로 잘해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잘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기술력·경제력 갖춘 구글

이런 메모의 배경엔 구글의 기술력이 있다. 구글은 최근 역대 가장 똑똑한 AI 모델로 알려진 ‘제미나이 3’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편집 모델 ‘나노 바나나 프로’를 공개하자, AI 업계가 연일 들썩이고 있다. 제미나이 3 프로는 AI 모델 평가 사이트 LM아레나(Arena) 리더보드에서 1501점을 기록해 기존 1위였던 제미나이 2.5 프로를 제칠 만큼 더 똑똑해졌다. 인간의 고난도 추론·문제 해결 능력 시험(Humanity’s Last Exam)에서 프로는 37.5%, 딥싱크는 41%를 기록했다. 기존 AI 모델들은 대부분 20%대이고 오픈AI의 GPT 5 프로가 30.7%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이틀 뒤인 20일엔 이 제미나이 3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편집 프로그램 ‘나노 바나나 프로’를 공개했다. 고화질의 더 사실적인 한글 번역 등 ‘텍스트 렌더링’ 기능까지 강화되었다.

알트먼 CEO뿐 아니라 외신과 AI 전문가들이 ‘제미나이 3’의 기술력에 대한 호평을 내놓고 있다. AI 연구자인 이선 몰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제미나이 3은 단지 챗봇 수준을 넘어 에이전트로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특히 코딩이나 작업 자동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능 개선이 있다”고 했다. 테크 분석 뉴스레터 ‘스트라’를 운영하는 벤 톰슨도 “제미나이 3은 최고 기술 수준을 갖췄다”며 “이 모델이 AI 생태계 내에서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할지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 인포메이션은 “어쩌면 구글이 모든 것에서 이길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AI 기능을 자주 활용하는 개발자, 디자이너 업계, 스타트업계도 구글 ‘제미나이 3′ 출시 이후 들썩였다. 한 AI 관련 스타트업 대표는 “구글이 계속 돈을 벌고 있고, 가진 돈도 많고 클라우드 같은 모든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며 “오픈AI는 지금은 핫해 보이지만 나중에 망할 거라고 2년 전에 얘기가 많았는데, 점차 현실화돼 가고 있다”고 했다. 구글 AI로 코딩, 광고 디자인 등이 다 가능해지다 보니 개발자들은 커서 등 개발 보조 AI 툴 구독을 끊고, 디자이너들 사이에도 “캔바·피그마 같은 다른 앱이 더는 필요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글의 제미나이와 오픈AI의 챗GPT가 ‘최고의 AI’ 자리를 놓고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메타의 라마 시리즈, xAI의 그록 등 다른 회사에서도 여전히 AI 모델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긴 하지만, 기술력을 앞세운 구글과 대중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운 오픈AI가 가장 치열하게 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양대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기술력 외에도 자체 TPU 개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AI 기술을 적용할 웹브라우저인 ‘크롬’과 하드웨어 기기인 픽셀 폰 등도 가지고 있다. AI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로 배포하기까지 필요한 모든 단계를 ‘구글 혼자서’ 전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풀스택 기업’이다.

경제력도 구글의 장점이다. 3조5000억달러 기업 가치가 있는 구글은 지난 4분기 동안만 700억달러 이상의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했다. 오픈AI·앤트로픽을 포함한 주요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고, 탄탄한 광고 수익으로 인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AI 모델을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이나 무료로 제공할 수도 있다.

◇브랜드 영향력 갖춘 오픈AI

반면 오픈AI의 최대 강점은 브랜드 파워다. 2022년 11월 출시 이후 선풍적 인기를 끌며 시장을 선점한 기업인 만큼 많은 이용자를 보유 중이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의 주간 사용자 수는 8억명인 반면 제미나이는 월간 사용자 수가 6억5000만명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