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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유치·인력·실증까지,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
KAIST 협력·AI 도시 전략, 복지부터 교통까지 변화
“반도체·AI·연계교통, 세 축으로 화성을 K-반도체 허브로 만들겠습니다.”
정명근 경기 화성특례시장은 반도체 공장 유치에 그치지 않고,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장기 구상을 이렇게 압축했다. 화성과 용인을 직접 잇는 남사터널과 국지도 82·84호선, 경기남부 동서횡단철도(일명 '반도체선')로 산업벨트와 생활권을 하나로 묶고, 반도체 인력·기업·실증을 아우르는 '전 주기 지원 체계'로 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화성시-KAIST 사이언스 허브를 중심으로 반도체·인공지능(AI) 고급 인재와 스타트업을 키우고, 복지·교통·안전 등 분야에 AI 서비스를 입혀 '산업과 시민 삶이 동시에 바뀌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정 시장은 “반도체와 AI, 연계교통 전략을 함께 묶어 화성을 미래세대가 살기 좋은 도시 모델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명근 화성시장.
반도체 산업 자체에 대한 전략을 내놨다. ‘전 주기 지원 체계’의 큰 틀을 성명해 주신다면.
반도체 산업은 공장 유치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인력·기술·창업·실증을 한 번에 돌릴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화성시는 2026년까지 '반도체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중장기 전략을 정리하고, 제2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화성시 반도체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협의회에는 시와 시의회, 반도체 대·중·소기업, KAIST 등 대학, 한국나노기술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 상공회의소·화성산업진흥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 등 20명 안팎이 참여한다. 종합계획 자문뿐만 아니라 중앙부처 공모사업 전략, 조례에 근거한 개별 사업 검토까지 함께 논의해 실효성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

화성시가 그리는 AI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
화성시의 그림은 'AI·디지털 기술로 모두가 함께 행복한 AI 도시'다. 반도체가 산업의 엔진이라면, AI는 행정·복지·교통·안전을 통째로 바꾸는 운영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화성시는 4대 전략, 12개 과제, 33개 세부 사업에 약 477억원을 투입해 도시 전 분야를 AI 기반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먼저 'Urban AI' 구현을 위한 제도·정책 기반을 다진다. 화성형 Urban AI 모델과 도시데이터 전략, AI 산업 생태계 육성 방안을 연구해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AI 기본 조례'를 제정해 정책의 기본 이념과 시장의 책무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공무원 대상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행정 전반의 AI 활용 기준과 윤리·보안 원칙을 세우고,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산·학·연·관 거버넌스를 구축해 책임 있는 AI 정책 심의 체계를 만들겠다.

화성시가 6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AI 엑스포 'MARS 2025' 모습. 김동성 기자
AI·데이터 생태계와 인재·산업 기반을 위한 계획은.
도시 혁신은 기술만으로 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공유하고, 사람을 키우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화성시는 내년 3월 'MARS 2026 투자유치 & 콘퍼런스'를, 8월에는 본행사인 'MARS 2026'을 열 예정이다. 국내외 AI 선도 기업과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시·콘퍼런스·경진대회를 구성하고, 설문·통계·민간 데이터의 발굴·개방과 데이터 분석 플랫폼·교육 과정 운영을 통해 공무원과 시민의 데이터 활용 역량도 함께 높인다는 계획이다.

화성시-KAIST 사이언스 허브와 추진 중인 홍익대 4차 산업혁명 캠퍼스를 축으로 반도체·AI 고급 인재를 키우고, '화성동탄테크노폴'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에서는 벤처 인증, 사업화 자금, 교육·세미나, 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청소년·대학생을 대상으로는 '화성 into 테크노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 첨단 산업 현장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향후에는 실외 자율주행 순찰 로봇을 활용한 재난안전 AI 순찰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시민이 요청하는 구간을 중심으로 로봇이 순찰을 돌며 영상을 수집하고, 통합관제센터와 실시간 연계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가장 먼저 바뀌는 영역은 복지·건강·돌봄입니다. 장애인복지 분야에는 웨어러블 보행 재활 로봇을 도입해 맞춤형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건소를 중심으로 AI·사물인터넷(IoT)·로봇을 결합한 비대면 건강관리 사업을 추진합니다. 독거노인에게는 AI 스피커와 돌봄 로봇을 보급해 말벗, 생활 편의, 응급 대응을 통합 지원하고, 고립·은둔 청년·청소년에게는 생성형 AI 기반 심리·정서 상담 시스템을 도입해 대화 패턴 분석으로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려 합니다.

교통·안전 분야에서는 공영버스 운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급가속·급정거 등 위험 운전 패턴을 줄이고, 스쿨존에는 AI 스마트 보행 안전 시스템을 운영해 어린이 돌발 행동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합니다. 시 전역에는 지능형 교통정보 시스템(ITS)을 고도화해 신호체계와 교통 흐름을 통합 관리하고, 딥러닝 기반 영상 분석이 가능한 AI CCTV를 확충해 군중 안전관리와 범죄·재난 대응 능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도로 포장 관리에는 AI 이미지 분석을 활용해 보수 대상과 우선순위를 데이터로 정하는 시스템도 도입합니다.

화성시가 6월 동탄 소공인복합지원센터에서 2025년 미래기술학교 반도체·전자부품 전문가 양성 과정 입교식을 개최했다.
인력 양성은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나.
화성시는 중·고등학생부터 예비 취업자, 재직자까지 '전 생애'에 걸친 인력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선 2026년 하계 방학 기간 관내 중·고등학생 40명을 대상으로 3일간 '반도체 기초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KAIST 강사와 함께 반도체 개념과 컴퓨터·자동차 산업과의 연계성, 웨이퍼·플라즈마·포토·식각·CMP 등 주요 공정, 클린룸·환경·안전 교육, 직무 소개를 배우고, 관내 소부장 기업과 동탄 소공인복합지원센터 FAB,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관내 소부장 기업 재직 2년 이내 신입사원을 위한 3일 통합 교육도 준비 중이다. 직장 문화 적응, 커뮤니케이션, AI 활용 업무 처리 같은 기본 소양과 함께 실제 웨이퍼 제조, 산화·포토·식각, 드라이 에칭, RTP, 와이어 본딩, CMP 공정을 실습하는 과정이다.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화성시-KAIST 사이언스 허브는 화성 반도체 전략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화성시-KAIST 사이언스 허브'는 반도체·AI 인재와 기업이 만나는 허브다. 이곳에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교육을 담당하는 IDEC 동탄 교육장, KAIST 스타트업 오피스, 첨단형 공동훈련센터 'K-하이테크 플랫폼', 관·학 협력 플랫폼이 모여 있다.

IDEC 동탄 교육장은 반도체 취업을 희망하는 전공·비전공 학부 졸업(예정)자와 재직자를 대상으로 아날로그·디지털·AI 칩 설계 장·단기 교육을 운영하며, 최대 7년간 연 11억원 수준의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K-하이테크 플랫폼은 차세대 반도체·AI·지능형 로봇 분야 재직자 훈련과 첨단 시설 개방·체험 프로그램을 맡고, 스타트업 오피스는 입주 기업에 창업 교육, 산학협력, 연구개발(R&BD), 투자 연계를 제공한다.

화성시·화성산업진흥원·KAIST가 함께 운영하는 협력 플랫폼을 통해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융·복합 교육,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교육·연구·창업을 한 번에 담는 '반도체·AI 거점'이다.

KAIST IDEC 반도체설계 실무인력 양성과정 수료식.
반도체 기업을 위한 지원책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반도체 소부장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아이디어와 인력이 있어도 장비 접근성이 낮으면 실증과 사업화가 어렵다. 이에 2026년부터 관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반도체 장비·오픈랩 사용료를 차등 지원하는 실증 지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용료 규모에 따라 최대 70∼90%까지 보조하고, 이 가운데 2개 기업에는 시제품 제작비도 별도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나노기술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테스트베드 인프라 연계를 협의했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ASPS), 반도체 대전(SEDEX) 등 국내 주요 박람회에는 '공동홍보관'을 꾸려 부스 임차료와 공동 전시관 구축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이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표다.

철도 분야에서 ‘반도체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구상은 무엇인가.
경기남부 동서축을 관통하는 '경기남부 동서횡단철도', 이른바 '반도체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공동 목표다. 반도체선이 놓이면 화성과 용인 일대 반도체 국가산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단지, 배후도시를 하나의 광역 생활권으로 연결할 수 있다.

산단 간 인력 이동 효율이 올라가고, 시민 입장에서도 수도권 주요 거점으로의 대중교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화성과 용인은 함께 정부를 설득하고 필요성과 경제성을 설명하는 역할을 나눠 맡을 계획이다. 교통은 결국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에, 두 도시가 '반도체 메가시티' 관점에서 함께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명근 화성시장(오른쪽)과 이상일 용인시장이 21일 '반도체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 '용인-화성 연계교통 상생발전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기념 촬영했다.
최근 용인시와 ‘연계교통 상생발전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화성과 용인은 이미 생활권을 공유하는 도시다. 하지만 광역 교통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해 시민 불편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아쉬움이 컸다. 이번 공동선언의 핵심은 반도체 국가산단과 신도시, 기존 주거·산업지역을 하나의 생활·산업권으로 묶는 연계 교통망을 두 도시가 함께 설계하자는 데 있다.

우선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화성 동탄2지구를 직접 잇는 '남사터널' 신설, 국지도 84호선(중리~천리), 국지도 82호선(장지~남사) 개통을 함께 추진한다. 산업·물류 동선과 출퇴근 교통을 동시에 개선해 양 도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화성은 반도체 국가산단과 소부장 기업, KAIST·연구기관, 그리고 AI·디지털 전략이 한 도시 안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곳이다. 용인과 함께 연계 교통망을 구축하고, 반도체 전 주기 지원 체계를 갖추고, AI 도시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면 시민의 일상과 지역 경제, 일자리, 교통·안전까지 함께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와 AI, 교통은 모두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행정이 할 일은 기업과 시민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일이다. 화성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반도체·AI 허브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나가겠다.